[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82> 문화예술이 지자체를 살릴 수 있다 - 광한루 vs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82> 문화예술이 지자체를 살릴 수 있다 - 광한루 vs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 김두규 우석대 교수
  • 승인 2023.06.29 2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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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한때 남원은 광한루요, 광한루는 춘향이었다. 요즈음 춘향이가 문제다. 김은호 화백의 1931년 영정 작품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새로 그려진 영정은 ‘40대 아줌마’를 연상시킨다. 화가는 남원의 현재 여고생 얼굴들을 참조하였다고 한다. 잘못이다. 지금의 여고생 모습과 그때의 16살 춘향이는 체격·외모·정서가 다르다.

영정도 그림이요, 그림은 예술이다. 춘향이 정신이 드러나야 한다. 춘향이 정신이라고? 무엇일까? 춘향이와 이도령이 만났을 때 16살이었다. 양갓집 허락도 없이 어느 날 밤, 이도령은 춘향이 방에 숨어 들어가 첫날밤을 치른다. 16살 숫처녀 총각이 ‘혼전섹스’를 즐긴다. 가관이다. 지금의 윤리관에 비추어도 납득하기 어렵다.

“춘향이의 허리를 안고(...)꼭 끼고 누웠으니(...)베개가 위로 솟고 이불이 발치로 벗어지고 침병(병풍)이 뒤로 넘어질 때, 뜬 눈으로 날을 새니(...)”(전성옥, ‘춘향가’)

이런 ‘난잡’함에도 춘향이를 기리는 것은 그 ‘일편단심 절개’라고 한다. ‘일편단심’은 조선왕조 윤리에 부합하나, ‘혼전섹스’와 ‘신분타파’는 당시 윤리에 맞지 않는다. 시비 걸 일은 아니다. 소설이니까!

지금도 사람들은 광한루에 간다. 미래 남원과 광한루가 관광지로 존속하려면 누가 찾아들어 환호해야 할까? 이도령과 춘향이 또래들이어야 한다. 그 또래들이 지금의 춘향이 영정을 보면 무엇으로 착각할까? 굿당의 모셔진 여신(女神)이다. ‘정내미’ 떨어지고 무섭다. 왜냐고?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한복은 ‘골동품’이다. 표정도 자세도 헤어스타일도 낯설다.

지금의 소년 소녀들은 누구에게 열광하는가? K팝 10대 ‘걸그룹 아이돌’이다. 아이브, 르세라핌, 에스파 등등. 짧은 바지·배꼽티·짙은 속눈썹·신체 곳곳에 새겨진 야릇한 타투... 그것이 현대 춘향이 모습이다. 옛날 영정이든 교체된 영정이든 춘향이 정신이 드러나지 않는 죽은 그림이다. 정신이 살아있지 않으면 관람객에게 그 정신[神]이 전달되지[傳] 않는다. ‘전신(傳神)론’은 전통화론과 풍수설의 핵심이론이다. 인물화든 산수화든 ‘전신’이 중요하다.

“그림이 지극히 오묘하면 감상자가 보고 이해한 바가 그것을 그린 화가의 정신과 상통하게 된다. 뜻이 붓보다 앞서야 한다.”(천촨시, ‘중국산수화사’). 인물화는 비교적 쉽다. 왜냐하면 “사람에게 정신이 있으므로 인물화의 전신론은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것이 산수화이다. 산수화의 핵심은 사람이 아닌 산수의 정신[山水之神]을 그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광한루에서 작은 내[요천]를 건너 고개 하나를 넘으면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이 있다. 고갯마루에 지어져 전망이 좋다. 터를 잘 잡았다. 무료입장이다. 남원 출신 “김병종”(서울대 명예교수) 이름을 내건 만큼, 화백 그림이 상설전시된다. 새삼 김 화백을 소개할 필요는 없다. 2014년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방문했을 때 화백 그림을 선물한 사실로 충분하다. 동서양화를 아우르는 그의 작품들은 장르를 초월한다.

그림 한가운데 붉은 꽃이 그려진 ‘화홍산수(花紅山水)’ 다양한 연작들을 볼 수 있다. 붉은색과 노랑 고채도의 그림은 보는 이들을 흥분하게 한다. 1500년 산수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인을 위한 새로운 버전이다. 그림 앞에서 어린아이들이 골똘히 서 있는 모습을 본다. 그림의 정신이 어린아이에게 전달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어떻다고? 좋은 그림을 보면 좋은 기운이 사람에게 전달된다. 재수가 좋아진다. 그림의 ‘속물적’ 효용이다.

광한루보다 미술관 가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 광한루 길 건너 김병종 화백이 옛집이 있다. 빈집이다. ‘화가의 집’으로 복원하고 남원을 ‘전국 미술 특구’ 만들면 지방이 살아난다.

 

글 = 김두규 우석대 교수(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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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석 2023-06-30 23:21:30
교수님의 글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춘향의 정신을 느낄수 있는 초상화가 꼭 필요하겠네요.
남원에 가면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도 들르겠습니다.
흥미로움 글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