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상상하기(27) - 단오가 명절이었다고요?
작은 학교 상상하기(27) - 단오가 명절이었다고요?
  • 윤일호 장승초 교사
  • 승인 2023.06.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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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과 추석 말고 명절이 또 있어요?”

“단오요? 들어보기는 했는데.”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음력 3월 삼짇날(3월 3일), 음력 5월 단오(5월 5일), 음력 7월 칠석(7월 7일)처럼 월과 일이 겹치는 날을 양의 기운이 가득 찬 좋은 날로 생각했다. 그 가운데 5월 단오는 양의 기운이 가장 센 좋은 날이었다. 예전에는 설날, 추석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명절이라고 할 만큼 큰 명절이었지만 요즘은 단오라는 이름만 들어봤지 거의 명절로서 의미가 퇴색한 상태다.

장승초에서는 몇 해 전부터 단오날 행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무엇보다 6월 초에 손 모를 심고, 모가 자리잡을 때쯤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학교 뒤편 운동장에서 씨름과 장명루, 단오선, 수박 화채 등 자체 행사로 치르던 것을 올해는 어울림학교인 부귀초, 부귀중학교와 함께 행사를 열기로 했다. 학교와 마을이 따로 떨어져 교육과정이 겉도는 것이 아니라 마을과 학교가 교육과정으로 녹아들어 잊혀가는 단오를 아이들과 함께 겪으며 다시금 생각해보는 취지이기도 하다.

아침 9시부터 부귀 다목적구장이 학생과 주민들로 북적였다. 시골 학교 학생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요즘 그나마 부귀면 초·중학교는 학생이 많은 편이다. 더군다나 세 학교가 함께 모이니 아이들과 어른들이 어울려 더 빛나는 풍경이 그려졌다.

부귀면 풍물패가 다목적 구장을 돌며 흥겨운 중평굿 가락으로 시작을 알렸다. 참여한 아이들과 주민들 모두 흥겨운 가락에 맞추어 손뼉을 치며 함께 했다. 바로 이어서 단오제가 이어졌는데 직책으로 부귀의 어른이라 할 수 있는 면장과 조합장 등이 제를 지내는 모습은 예부터 우리가 단오를 왜 3대 명절로 불렀는지 알 수 있는 색다른 풍경이었다.

본격적으로 9시 30분부터 부귀도서관 주관으로 단오를 주제로 한 골든벨 문제가 이어졌다. 참여한 학생과 주민들은 낯선 단오에 얽힌 문제를 들으며 흥미롭게 참여했다.

10시부터 〈단오야, 놀자〉라는 프로그램으로 창포물에 머리 감기, 장명루 만들기, 수리떡 만들기, 단오선 만들기, 딱지와 제기 만들기 부스가 열렸다. 특히 창포물에 머리 감기는 단오장 풍습 중 하나로 창포잎과 뿌리를 삶아 창포탕을 만들어 머리를 감는데 창포의 그윽한 향기가 나쁜 귀신을 쫓는다고 믿었다.

창포 물로 머리를 감을 때의 시원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머리 감는 것이 신난 3학년 재훈이는 무려 여섯 번이나 감았으니. 손가락에 실을 끼고 장명루를 만들 때의 몰입 또한 그림이었다. 수리떡의 달콤함, 단오선의 시원함은 단오제의 묘미를 더한다. 또 투호와 굴렁쇠, 널뛰기, 활쏘기, 씨름, 제기차기, 딱지치기 등 단오에 열리는 민속 경기도 참여하는 학생들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특히 씨름에 참여한 아이들은 남녀 가리지 않고 샅바를 당차게 메고 지며 힘껏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우리 전통의 멋과 흥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이 행사는 12시까지 이어졌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곳곳을 오가며 행사에 참여했다. 무엇보다 부귀면 인근 세 학교가 행사에 참여하니 선배와 후배가 함께 어우러지고 학생과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풍경은 ‘어울림’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잊혀가는 날을 굳이 살릴 필요가 있느냐고 누군가 말한다면 의미 있는 전통은 더 애써 살려야 하지 않을까. 이번 행사에 참가한 한 중학생이 “단오를 들어보기는 했지만 여러 학교가 함께 이런 행사가 열리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어른들이랑 함께여서 더 좋았다.”며 단오제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그래, 맞아. 그래서 함께 하는 거야.’

 

윤일호 장승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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