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 40년 만에 문자로 만나는 시대의 선각자 탄허 스님의 육성 법문, ‘선학 강설’
열반 40년 만에 문자로 만나는 시대의 선각자 탄허 스님의 육성 법문, ‘선학 강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3.06.28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탄허(1913~1983) 스님의 탄신 110주기이자 열반 40주기를 맞아 스님의 열반 후에 스님을 재조명하고 가르침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중에서도 ‘탄허 스님의 선학 강설(불광출판사·3만5,000원)’은 스님의 살아생전 생생한 육성 법문이라는 점에서 결이 사뭇 다르다.

 이 책은 근 40년간 수백 개의 테이프에 채록된 채 아직 세상 빛을 보지 못한 탄허 스님의 육성 법문을 되살렸다. 강설 중에 ‘간추린 법문’ 제목의 파일들을 녹취하고 주석을 달아 문자로 복원한 것이다. ‘주역’은 물론 ‘논어’, ‘맹자’, ‘도덕경’ 등 여러 고전과 ‘치문’, ‘서장’, ‘선요’, ‘도서’의 핵심을 가르는 탄허 스님의 강설을 5개의 장으로 나눠 수록했다.

 특히 생생한 육성 법문 그 자체로 만날 수 있도록 구어와 사투리를 의미가 통하는 범위 안에서 가급적 채록해 탄허 스님 말투와 강의의 현장감을 살렸다. 간혹 인용하는 출처 불명의 고전을 찾아 원고에 반영하고, 강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설화, 개념 등 1,042개에 달하는 친절한 각주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책에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방향을 일러줄 명문장과 명료한 가르침이 책 곳곳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스승과 제자는 물론 진정한 친구와의 관계부터 죽음, 근거 없는 의심의 폐해, 어진 군주의 도리, 운명을 개척하는 기개 등 유불선의 가르침을 통으로 풀어내고 있다.

 탄허 스님은 독립운동가 율재(栗齋) 김홍규(金洪奎)를 부친으로 전북 김제에서 출생했다. 속명은 김금택(金金宅)이고, 탄허(呑虛)는 법호이며 법명은 택성(宅成)이다. 14세에 유학의 경전을 두루 섭렵한 데 이어 15세에 기호학파 최익현 계통의 대유(大儒) 이극종(李克鍾) 문하에서 노장사상과 제자백가를 배웠다.

 도가의 경전을 읽으며 생긴 도(道)에 대한 의문에 답을 얻고자 한암 스님과 3년간 20여 통의 서신으로 문답을 주고받았다. 1934년 22세 때 상원사에서 한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 한암 스님의 인품에 매료돼 오대산에 들던 길은 영영 탈속의 길이 됐다. 한암 스님 지도를 받으며 3년간 묵언 정진, 15년 동안 오대산 동구 밖을 나오지 않고 수행, ‘화엄경’을 읽다가 대오각성했다.

 생전 ‘신화엄경합론’의 현토 간행을 유촉(遺囑)했던 한암 스님의 뜻을 받들어 역경을 시작했다. 10여 년에 걸친 대불사 끝에 200자 원고지 6만여 장에 달하는 원고를 탈고해 ‘현토역해 신화엄경합론(新華嚴經合論)’ 47권의 결실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신화엄경합론’을 비롯해 전통 강원 사미과(沙彌科)의 ‘초발심자경문’과 ‘서장’, ‘도서’, ‘선요’, ‘절요’의 사집(四集), ‘금강경’, ‘능엄경’, ‘원각경’, ‘기신론’의 사교(四敎)와 ‘육조단경’ 등을 우리말로 완역하는 등 승가 교육과 인재 양성을 위한 교재들이 탄허 스님의 손을 거쳐 번역되고 출간됐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