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로나 이후 지역문화 미래(하) 전북, 거리예술 확산기지로서 ‘폭발력’ 충분
[기획] 코로나 이후 지역문화 미래(하) 전북, 거리예술 확산기지로서 ‘폭발력’ 충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3.06.27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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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문화재 야행 조선 퍼레이드에서 선보인 전주기접놀이3
전주문화재 야행 조선 퍼레이드에서 선보인 전주기접놀이

 급변하는 복합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겐 이전과는 다른 상상력이 필요하다.

 성역없는 예술적 상상력과 열정으로 점철된 거리예술은 공간과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작게는 소규모의 버스킹 무대에서부터 대규모 퍼레이드까지 스펙트럼이 넓어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수 있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연희자와 관객 모두가 만족하고, 지역민의 문화적 접근성을 높여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만족도 높은 거리예술의 경험은 도시의 재방문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이와 관련, 전라북도는 지난 2017년 ‘전라북도 거리예술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제도만 있을 뿐 판을 넓혀가지는 못했다. 현재 도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거리예술 활성화 정책으로는 (재)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지난 2017년부터 펼치고 있는 ‘전라북도 거리극축제 노상놀이야’ 정도가 있을 뿐이다.

부안 포스댄스컴퍼니 - 환상 퍼레이드
부안 포스댄스컴퍼니 - 환상 퍼레이드

 노상놀이는 지역 기반 콘텐츠를 활용한 퍼레이드형 공연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사업이다. 올해는 전주와 남원, 익산, 고창, 부안에서 5개 수행단체, 227명의 예술인이 참여한 가운데 10월까지 도민과 관광객에게 문화예술 기반의 연극, 거리극, 거리예술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노상놀이는 올 상반기에만 19회의 공연 일정을 소화하면서 18만 3,350명의 관람객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달 13일에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 개막식에 이들 단체가 나서 통합 퍼레이드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총 250명의 퍼레이드단은 선수단 맞이 풍물놀이부터 취타대, 전통연희, 무용, 기접놀이 등 전북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이색 볼거리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남신 전북문화관광재단 예술회관운영팀 팀장(직무대행)은 “각 단체가 힘을 모은 통합퍼레이드는 전북의 문화자산을 보여주기 좋은 공연으로 평가됐고, 재단 내부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면서 “전북에 산재한 문화자산을 바탕으로 노상놀이 참여 시군 또한 현재의 5곳에서 더욱 확대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고창 고창농악보존회 - 문화유산 퍼레이드 '고창풍류 구경가세'
고창 고창농악보존회 - 문화유산 퍼레이드 '고창풍류 구경가세'

 노상놀이 참여 단체인 포스댄스컴퍼니 오해룡 대표도 “노상놀이 사업을 통해 우리 단체가 성장할 수 있었고, 싱가폴과 일본 등 세계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면서 “예향의 도시 전북에는 전통문화의 소재가 많아 아직도 퍼레이드로 선보이고 싶은 작품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마따나 전북에는 전주기접놀이와 전주대사습은 물론,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인 농악의 다채로움, 이름난 명창과 명무까지 그야말로 콘텐츠와 인적자원이 풍성하다. 여기에 지난 2012년부터 추진된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을 통해 발굴된 다채로운 공연 콘텐츠는 물론, 전국에서 우수 평가를 받은 전주문화재야행의 프로그램까지 거리예술로 끌어들이면 승산이 있는 콘텐츠를 보유한 단체나 예술가의 수도 상당하다. 각 단체나 단위 사업별로 운영되었던 내용들을 한데 모아본다면,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미 거리예술을 통해 도시 브랜드를 구축한 세계 주요 도시의 사례들처럼 지자체와 예술인이 파트너쉽을 가지고 체계를 잡아 움직일 수 있는 구조가 구축된다면 지역문화예술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의 시그널이다. 풍부한 문화유산과 인적자원을 자랑하는 전북이야말로 거리예술 확산기지로서 폭발력이 충분하다.

익산 (사)국악예술원 소리뫼 - 백제무왕납시오 행차 퍼레이드
익산 (사)국악예술원 소리뫼 - 백제무왕납시오 행차 퍼레이드

 이왕수 문화예술공작소 대표는 “조선시대에 전주에서 전주대사습이 열렸던 당시의 상황을 상상해 보자면, 전주에 가면 예술가로서 인정도 받고 먹고, 자는 게 해결될 수 있었다는 정설로 퍼졌던 것 같다”면서 “지금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전주에서 벌이는 판에 아시아권의 예술가들이 모여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보탠다면 예술 여행가의 심장, 허브로서 전주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의 말마따나 조선시대 전라감영과 전주부의 통인청에서 광대들을 초청해 판소리를 들으며 즐겼고,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면서 관청에서 이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전주 학인당과 같은 민간에서 맥을 이어갔던 저력의 도시가 바로 전주다. 때마침 ‘2023년 한·중·일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전주에서 오는 10월 한·중·일 지역문화예술가의 거리공연과 프린지페스티벌이 펼쳐져 주목된다. 이곳에서의 실험이 향후 지역 거리예술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명창을 불러들인 귀명창이 많았던 전주,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때가 지금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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