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不條理) 유감
부조리(不條理) 유감
  • 서상옥 시인/전북문인협 회원
  • 승인 2023.06.2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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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옥 시인

 언제부터인가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부조리不條理란 단어다. 조리가 아닌 부조리, 곧 진리가 아닌 것을 말함이다. 참된 진리는 단순하다. 그래서 진리는 아름다운 철학이라고 하는가보다. 두 점 사이의 최단거리는 직선인 것처럼 진리는 복잡하지 않아 마음을 맑고 환하게 해주는 것 같다. 

  푸랑스의 실존주의 작가 카뮈(A,Camus)는 《이방인(異邦人)》에서 주인공 뫼루소가 작열하는 태양 때문에 살인범이 되는 모순을 고민하고 있다. 장폴 사르트르(J.P.Sartre)는 《구토(嘔吐)》에서 날아다니는 파리 한 마리를 잡아놓고 나는 너에게 산다는 구속에서 영원한 자유의 세계로 보낸다는 표현으로 삶과 죽음의 세계에서 방황하고 있는 장면을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자아 발견과 인생의 실존을 확인한다. 

  태초에 신神이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그 행복의 에덴동산에 무엇 때문에 선악과를 매달아 놓았는지 모르겠다. 왜? 가인과 아벨을 통해 인간의 갈등을 낳게 했는지? 하필이면 부하를 죽이고 그 아내를 취한 다윗에게 왕권을 주었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돌팔매 하나로 골리앗 대장을 넘어뜨린 위력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만일 현대판 솔로몬이 재판의 검을 쥐었다면 어떠한 판결을 내렸을까? 참으로 진리가 아닌 모순이 정당화되는 사회, 그 부조리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나는 어렸을 때 우리나라가 무엇 때문에 38선으로 갈라졌는지 몰랐다. 포즈담조약이나 얄타회담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소련에 속지 말고 미국도 믿지 말라는 말이 유행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날에도 공감이 가는 때가 많다. 전쟁의 원흉이었던 일본은 강점하지 않고 오히려 약소민족인 우리나라를 전쟁의 노획물처럼 남북으로 갈라놓고 서로 섭정을 하겠다는 정략적 논리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자본주의가 무엇이며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우리에게 평화의 꿈보다 전쟁의 시련을 안겨다 주었으니 하는 말이다. 오늘날까지 일천만 이산가족들의 뼈저린 아픔에 목 노아 울 수밖에 없으니 참으로 한심스럽다. 당쟁이나 이념투쟁을 일삼는 정치가들은 어쩌면 미소의 책략에 허수아비 노릇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만 답답하다.

  이제는 온 세계가 하나인 글로벌 시대라 한다. 독일도 동서베르린 장벽을 털어 버린지 오래다. 우리가 8.15광복을 맞은 지도 고희를 지나 팔순의 언덕을 향하고 있다. 피비린내 나는 6.25 동족상잔의 비극도 70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잊을 내야 잊을 수 없는 6.25의 참상, 19만 명에 달하는 전몰장병과 34만 명에 이르는 해방 불명자의 혼백이 어디를 헤매고 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 한국 전란 시에 UN 참전국이 16개국이나 된다. 더구나 미국의 띤 소장이 포로가 되었고 벤프리트 장군과 아이젠하워 장군, 클라크 UN 사령관 아들들이 참전하여 희생을 당했다. 당시 우리나라 고관대작이나 장성의 아들들이 전방에 나가 희생을 당했다는 기록은 하나도 없다. 지금도 전쟁이 재발 된다면 역시 힘없는 자녀들만 ‘빽’이 없어 죽어 간다고 할 것이다. 

  일류대학을 나왔다는 엘리트들이 황금 방석에 앉아 권력을 남용하면서 부정부패를 일삼는다면 이런 부조리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위정자들이 대부분이 국토방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위장전입까지 시키면서 자녀들을 요직에 앉혀두기에 혈안이다. 어찌 그뿐인가? 기업가들의 비자금과 탈세, 사기꾼이 더 잘 살고 조폭들이 아주 고급 차를 몰고 있는 우리의 현주소가 안타깝기 짝이 없다. 대법원판결에 뇌물수수와 반란협의로 무기징역에 2,568억 원의 추징금까지 선고를 받은바 있는 고 전두환씨는 전 대통령의 예우를 그대로 받고 있었으며 내 통장에는 29만원 밖에 없다면서 훈장도 반환하지 않고 있었다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법은 만민 앞에 평등하다고 하는데 항상 약자에 강하고 강자 앞에서 아부하는 우리나라 법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저 분노와 허무 사이에 갈등을 느낀다. 똑같은 육법전서를 다루는 입법기관이나 법관들이 행정부의 시녀가 되어서야 말이나 되는가? 이런 인간들의 모양새가 매양 불만스럽기만 하다. 그저 매스컴을 어지럽히는 사회의 부조리가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옛날 어느 천재 소년의 일기 한 구절이 생각난다.

 “악을 미분하고 선을 적분하면 얼마나 좋을까?”

 진리가 아닌 부조리를 미분하고 정의를 산처럼 쌓는다면 얼마나 평화로운 사회가 될까? 그래도 나는 어두움이 있었기에 광명이 온다는 진리를 믿고 싶다.

 
 서상옥 <시인/전북문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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