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정수 늘려야 한다
국회의원 정수 늘려야 한다
  • 박희승 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
  • 승인 2023.06.2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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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
박희승 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

지난주 몇몇 국회의원들하고 식사한 적이 있다. 아침 몇 시에 집을 나서고, 저녁 몇 시에 집에 들어가시냐고 물었다. 이구동성으로 아침 6시 정도에 집을 나서고, 저녁 10~11시에 집에 들어간다고 한다. 잠이 부족하기에 눈뜨자마자 국회로 나와 의원회관에서 샤워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한다. 내가 고3 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극한직업임이 틀림없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 정개특위에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35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그 안에는 비례대표 의석을 약 50석 늘리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 한국인의 과반수가 국회의원 정수를 축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기존 국회의원의 세비 총예산을 동결한다면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도 좋다는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포함한 50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약 70% 정도가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이와 달리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진보층, 정치 관심도가 높은 계층, 40대 연령층 등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하는 측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정치 불신에다가 그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자는 의견이 확실히 갈리고 있고, 국회의원 정수를 둘러싼 논쟁은 진영 논리에 갇혀 무의미한 논쟁만 이루어지고 있다. 국회의원의 정수에 관련해서는 단순한 좋고 싫음과 진영 논리로 결정되어서는 아니 된다. 국회의원과 이해관계자들은 진영 논리를 넘어 한국 고유의 정치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과 국익을 우선시할 수 있는 데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은 법률을 새로 만들거나 바꾸기도 하고, 예산안 심의 및 확정, 국정감사 등으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과 각 부처 등을 견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해방 이후 제헌국회에서는 인구 2,017만 명에 국회의원 정수가 200명이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국회의원 정수 평균인 인구 10만 명당 국회의원 1인에 수렴한 숫자다. 작금의 우리나라 인구수에 비추어 볼 때 국회의원이 500명은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민주화 이후인 1988년 노태우 대통령 당시 제13대 국회(국회의원 수 299명)가 심사한 예산안은 약 18조원 정도였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제21대 국회가 심사한 예산안은 638조원이 넘었다. 단순 계산으로도 예산이 약 35배가량 늘어났고, 법안 발의 건수도 약 26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경제규모도 커지고, 사회가 점점 복잡다단해짐에도 국회의원 수는 단 1명 늘었을 뿐이다. 국정감사, 예산 심의 및 확정 등 국회의원의 핵심 업무뿐만이 아니라 빠른 사회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법안심사까지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지역에서 보면 잘못된 예산투입, 중복 예산지출 등을 수없이 목격하게 된다. 거기에 대해서 제대로 책임지는 당국자를 보기도 어렵다. 수입의 상당수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납세자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진영 논리에 따란 형성된 국민의 국회 불신과 정치혐오는 대단히 자기 부정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이는 우리가 이룬 위대한 민주주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된다. 국회의원의 수가 해당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식해야 한다. 민주적이고 복지국가일수록 국회의원의 수가 더 많다. 현재 한국은 17만 명당 의원이 1인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평균 10만 명당 1인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너무 적은 편이다.

경제적으로 볼 때도 차라리 국회의원 정수를 증원해 예산 심사 및 결산을 철저히 한다면, 국회의원 정수 증원에 투입되는 예산보다 훨씬 더 많은 국가의 예산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회가 민주화될수록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경제규모가 커지고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경우에는 시민 모두 예산집행에 관심이 높다. 시간에 쫓겨 만나주지도 않는 국회의원보다 나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대변할 국회의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민들의 삶의 질은 높아질 것이다.

박희승<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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