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구를 지킬래요 06-‘진안천 생태 나들이’
우리가 지구를 지킬래요 06-‘진안천 생태 나들이’
  • 진영란 진안초 교사
  • 승인 2023.06.2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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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을 대하는 마음 

 1. 냇물에 뭐가 사나 볼래? 

 진안천과 우화산을 끼고 있는 진안초등학교는 생물자원이 무척 풍부하다. 수업을 하다가도 뻐꾸기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직박구리와 물까치도 종종 학교 정원에 들러서 우리들 공부하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가곤 한다.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학교는 ‘착한 소비는 없다’의 작가 최원형 작가님을 모시고, 모든 생명체가 연결된 지구에서 새와 함께 공생하는 방법을 연구해 보기도 하고, 환경청의 우수한 강사님들을 초대해 환경 생태 수업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환경 감수성을 키워주기 위해 진안 교육지원청과 함께 생태 나들이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진안천 생태 탐방을 가기로 했다.

 2. 우리 진짜 물고기 잡아요? 

 “우리 진짜 물고기 잡아요?”

 생태 감수성을 키워주기 위해 기획한 수업인데 아이들은 물고기 잡을 생각에 여념이 없다. 우화산 생태 탐방을 하면서 칡넝쿨로 놀잇감도 만들어 보고, 잘 익은 오디도 따 먹었지만, 아이들은 중간중간 쉴새 없이 물고기를 잡는지가 궁금하다.

 “그 대신 조심히 잡고, 잘 관찰한 다음에 돌려보내 줘야 해요. 약속!”아이들은 철석같이 약속을 하고 뜰채를 하나씩 들고 진안천으로 돌진한다. 놀란 물고기가 재빨리 수풀에 몸을 숨기고, 아이들은 물고기를 찾아 수풀을 헤집는다.

 ‘저렇게 하면 물고기가 다칠텐데…….’

 걱정스럽긴 했지만, 물 속을 신나게 탐색하는 아이들을 말릴 재간이 없다.

 3. 잡았어요! 

 아이들의 뜰채에 도롱뇽 올챙이, 다슬기, 고둥, 잠자리 유충이 잡혀서 올라온다. 길이를 재는 어항에 넣어서 모양과 크기를 세심히 관찰한다. “도롱뇽 올챙이 볼에 있는 건 뭐예요?” 아가미가 신기했는지 아이들이 묻는다. 그러나 아이들보다 움직임 빠른 물고기는 쉽사리 잡히지 않는다. 뜰채로 수풀과 씨름을 하던 연서가 소리친다.

 “선생님! 잡았어요!”

 연수의 뜰채에 잡혀 올라온 물고기는 연푸른 빛이 도는 5cm 가량의 파라미다. 피라미는 어린 아이의 갑작스러운 습격에 충격을 받았는지 기절해 있다.

 “색깔이 너무 예뻐요. 한 번 만져 봐도 돼요?”

 물고기는 체온이 낮아서 우리 손이 직접 닿으면 화상을 입기 때문에 특별히 조심해야한 다는 말에 아이들은 나뭇잎에 물고기를 올려놓고 조심스레 관찰을 한다.

<냇물에 뭐가 사나 볼래?/양상용 그림/보리>
<냇물에 뭐가 사나 볼래?/양상용 그림/보리>

 4. 그 물고기는 괜찮을까? 

 생태 감수성을 키워주기 위해 기획한 수업이었지만, 몇 가지 큰 우를 범했다. 작은 생명들이 사는 공간을 관찰하는 자세에 대해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사냥하듯이 경쟁적으로 물 속 생물을 잡았고, 필요 이상으로 여러 곳을 헤집고 다녔다. 결과는 물 속 생물이 사는 곳을 오염시켰고,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결과를 낳았다. ‘고기 배가 터져서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다.’는 아이의 글처럼 우리는 피라미를 세 마리나 죽게 해 버렸다. 물에 다시 돌아간 피라미가 헤엄치지 못하고 물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 떠올라 글을 쓰는 내내 마음이 무겁다.

 다른 생명이 살고 있는 생태계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더 세심하고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영란 진안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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