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전 예방의 원칙으로 다시 보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전 예방의 원칙으로 다시 보라
  • 송일섭 염우구박인문학교실 블로그 운영자
  • 승인 2023.06.21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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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깊은생각
한번 더 깊은생각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달 안에 오염수 방류 안전성을 분석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보고서가 공개되면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낸다는 계획이며, 이미 시험 운전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우리는 뚜렷한 대응책 하나 마련하지 못한 채, 논쟁만 하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

생각해 보시라.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실 수 있는 물이라면 일본이 굳이 해양 방류를 선택하겠는가. 우리 정부의 일부 관료나 소수 과학자가 생각한 것처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면 그들은 벌써 활용방안을 마련했을 것이다. 일본이 아무짝에도 쓸 수 없으므로 오염수를 버리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소수의 과학자, 정치가들까지 나서서 오염수를 마시겠다고 하니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지금 그렇게 말씀하시는 어른들이 오염수 마시는 일은 어쩌면 간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나라의 안전과 미래세대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이야기해서는 안 될 말이다. 자신의 영달을 위한 계산된 발언이 아니겠지만, 논리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감정 섞인 발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이런 상황을 보면서 임진왜란 전에 있었던 수신사로 왜(倭)에 다녀왔던 황윤길, 김성일의 고민과 술수를 떠올리게 된다. 자기들이 두 눈으로 확인한 사실을 두고도 서로 다르게 발언한 그 전략적 의도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영달을 위한 발언인가 아니면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한 걱정인가. 지난 정부에서 오염수 방류를 완강하게 반대했던 사람들이 왜 입을 다물고 있을까. 그렇게 처지가 바뀐 이유를 누구 하나 명쾌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130만 톤이 넘는 ‘원전 사고 오염수’를 해상에 방류하는 것은 인류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일이 우리 환경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누구도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잠재적 위험이 있다면 명확한 증거가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과학계의 입장 아닌가. 이런 것을 우리는 사전 예방의 원칙이라고 한다. 현재, 음용수의 방사능 기준은 세슘137, 스트론튬 90, 삼중수소 등 3가지 물질에만 설정되어 있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들어 있는 나머지 60종 이상의 방사성 핵종(원자 종류)에 대해서는 음용수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는 그 폐해를 예단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 과학계의 사전 예방의 원칙에서 보더라도 이는 너무 성급하게 서두르는 것 같아서 큰 걱정이다.

남태평양의 작은 나라에서도 오염수의 위험성을 걱정하면서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있는데도, 후쿠시마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환영하고 있는지 그저 궁금할 뿐이다. 최근 상황을 보면서 우리에게 과학적 지성과 학자적 양심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철저하게 과학적 검증을 요구하는 주장은 드러나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함께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충분하게 다각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구태여 유해하지 않다면 일본에 후쿠시마 오염수를 안고 있으라는 것을 옳지 않다. 그러나 만에 우리가 살피지 못한 것이 있어 미래세대가 불행해진다면 이것은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이다.

 

송일섭 염우구박인문학교실 블로그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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