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과 균형 발전
지역 언론과 균형 발전
  • 김윤덕 국회의원
  • 승인 2023.06.1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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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 국회의원
김윤덕 국회의원

무려 260여 년 전인 1762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에 따르면“수도를 절대 허용하지 말고 정부를 각 도시에 번갈아 자리 잡게 하라. 영토에 골고루 사람들이 살게 하고, 어디서나 똑같은 권리를 누리도록 하며, 도처에 풍요의 활기를 나눠 주라”라고 적혀 있다.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에 대한 담론이 이때부터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지방은 살아남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우리 전북 역시 제3금융 중심지, 이차전지 등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정치권은 물론 도민들까지 나서서 전북에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노력들은 비단 전북뿐만이 아니다. 부산, 울산, 대전 등 지방 대도시와 강원, 제주 등의 광역단체들이 예외 없이 비슷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는 지방의 노력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언론 환경은 수도권과 지방의 차별만큼 심각하게 기울어져 있어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최근 우리 전북이 국부펀드 2위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투자공사(KIC)’를 전북에 이전하여 제3금융 중심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이를 위한 정치, 행정 할 것 없이 여러 노력을 진행 중이다. 당연히 우리 지역 언론들은 시시각각 이러한 전북의 노력을 상세히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독자층을 전국으로 가지고 있는 중앙지 등의 논조는 무척이나 유감스럽다. 조선일보(조선비즈)는 “금융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KIC 이전 공약을 쏟아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금융 공공기관 유치전이 한국 금융산업 경쟁력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라고 우려를 전했다. 통신사 계열인 연합 인포맥스는 “올해 KIC 퇴사율은 최근 5년간 퇴사율과 비교해 소폭 하락했다. 다만 KIC 지방 이전이 현실화하면 인력 유출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면서 이전을 반대하고 나섰다.

반면 수도권인 용인시에 들어서기로 한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 조선일보는 ‘수도권에 세계 최대 삼성 반도체 결단, 한국에 마지막 기회’라는 기사로, 동아일보는 “정부는 반도체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제때 공급할 수 있도록 수도권 대학 정원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중앙일보는 “지지율이 하락하더라도 감수해야 한다”면서 적극 옹호에 나섰다. 이들 중앙지가 용인시처럼 전북의 목소리, 지방의 절실함에 대해 한 줄이라도 적으면서 이 같은 기사를 내보냈다면 어땠을까? 그나마 포털에 지역신문이 작성한 기사들마저 없었다면 전북이나 부산 등의 목소리는 영영 사장되었을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기까지 하다. 이쯤 되면 새삼 지역언론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지난 2022년 언론진흥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를 대상으로 열렸던 국정감사에서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수입이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어 재정이 열악한 지역신문은 경영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가 균형 발전과 민주주의 활성화를 위한 지역 언론의 공적 역할도 축소될 위기에 놓여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주문했다. 지역 언론이 사장되면 지역의 목소리를 알릴 방법이 없다는 절박함이 바탕에 담겨 있는 질의였다.

미국은 지역 언론을 ‘사회적 인프라’로 규정하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적용하지 않는 공익으로 규정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신문의 구조를 지속 가능한 저널리즘으로 육성해야 하기 위해 더 많은 지역 기자를 양성하고 다양한 비영리 미디어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세금공제 혜택도 ‘지역 저널리즘 지속 가능성 법’을 기준으로 대폭 환급해 주고 있다. 이를 통해 각 지방의 목소리를 전국에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 중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 시대’를 국정 목표로 하고 있다. 장 자크 루소는 『사회계약론』에 이런 말도 남겼다 “수도에 궁궐이 세워질 때마다 나라 전체가 오두막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안타깝게도 2023년 대한민국의 오늘은 루소의 악담(?)이 적용되고 있는 듯하다. 지금이라도 지역 언론을 더 지원하고 독자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나라 전체가 오두막이 되지 않기 위해.

김윤덕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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