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을 즐길 수 없는 이유
‘먹방’을 즐길 수 없는 이유
  • 박은숙 원광대학교 가정교육과 교수
  • 승인 2023.06.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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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초·중등학생 진로교육 현황에 따르면 유튜버는 초등학생 희망 직업 5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있다. 방송가에는 먹방 열풍이 불어닥쳤으며, 지상파와 비지상파 방송사들도 다양한 먹방과 쿡방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서 ‘먹방’은 먹는 방송을 줄여 이르는 말로, 출연자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주로 보여주는 방송 프로그램, 드라마나 영화 따위에서 배우가 음식을 먹는 장면을 이르기도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해외에서도‘Mukbang’이 고유명사처럼 사용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이와 관련된 용어들도 많이 생성되었다. 맛집을 돌거나 맛있는 것을 먹는 데 목적을 둔 여행을 먹방 투어라고 하며, 전설로 기억될 만큼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나 그런 방송을 먹방 레전드라고 한다. 음식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을 하는 사람을 먹방러라고 하고, 성별에 따라 먹방남, 먹방녀로 구분하기도 하며, 먹스타라고도 한다. 플랫폼을 통해 일반인이 따라 하기 어려운 매운 음식을 먹는다든지 많은 음식을 먹는 것에 도전하는 것을 먹방 도전이라고 한다.

 먹방의 순기능으로는 1인 가구가 많아져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에게 같이 먹는 유대감을 느끼게 하며, 질병으로 음식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식욕을 돋게 해 주고, 체중 감량으로 인해 음식 섭취량을 줄이는 사람에게는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새로운 음식이나 전통 음식을 영향력 있게 소개하여 식생활 문화를 확산시키기도 한다. 먹방 구독자가 많아지면서 기업에서 협찬을 받고 광고성 콘텐츠를 올리는 것이 문제로 부각되기도 하지만 나와 같은 영양학 전공자들은 먹방을 즐길 수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먹방은 비만으로 직결될 수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21년 우리나라 19세 이상의 비만 유병률은 37.2%를 차지하여 성인 10명 중 4명이 비만인 셈이다. 비만은 체내에 지방이 정상보다 많이 축적된 상태이다. 질병관리청에서는 비만은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및 사회적 건강 등 건강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합병증을 동반하고, 사망률을 증가시키므로 예방하고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비만한 사람은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5~13배, 이상지질혈증의 위험이 2배, 고혈압이 동반될 위험이 남녀 각각 2.5배, 4배 더 높다. 비만은 이 외에도 암, 천식, 근골격계질환, 간질환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먹방에서는 짧은 시간동안 많은 양의 음식을 먹어치운다. 족히 10인분이 넘는 양을 먹기도 한다. 19~29세 남자의 1일 에너지 필요추정량은 2,600kcal이며, 여자는 2,000kcal이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에너지를 섭취하는 것은 비만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이는 먹방러의 체중 증가뿐 아니라 건강 전반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먹방 후에 음식을 토하거나 하제 등을 복용하여 강제 배설을 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으나 이는 또다른 식사장애로 연결될 수 있다.

 둘째, 먹방은 영양소 섭취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국민영양관리법?에 근거하여 국민의 건강증진 및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을 발표하였다. 대상 영양소는 에너지와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등 다량영양소 12종, 비타민 13종, 무기질 15종으로 총 40종이다. 에너지는 탄수화물 55~65%, 단백질 7~20%, 지질 15~30%의 비율로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먹방은 주로 한가지 음식을 먹기 때문에 다량 영양소의 섭취 비율을 맞추기 어렵고, 40여 가지나 되는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없다.

 셋째, 먹방은 특히 청소년들에게 음식 섭취를 자극하여 건강을 저해할 수 있다. 교육부 2021년 초·중고등학생 건강검사 결과에 의하면 과체중과 비만인 학생은 30.8%로, 10명 중 3명을 차지하고 있다. 과체중과 비만자의 비율은 연평균 2.5% 포인트씩 증가하는 추세이다. 먹방은 청소년 비만율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먹방은 체중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에게 폭식장애와 같은 식사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교육부에서는 학생 비만 예방을 위하여 영양·식생활교육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학생 맞춤형 영양상담 프로그램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으며 비만 학생 맞춤형 건강체력교실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현장의 우수 비만 예방 관련 교육자료 및 프로그램을 발굴하여 공유하고, 시도교육청별로 지역 및 학교의 실정에 맞춰 다양한 비만예방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그러나 청소년 교육은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힘써야 할 중대사이다.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인 폭식하는 먹방을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는 정부의 조치에 대해 여론이 찬반으로 나뉘었다. eating show, food show라고 하는 먹방이 성인 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식생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먹방 크리에이터, 방송 관계자, 전문가, 시청자 등 우리 모두의 합심합력이 필요하다.

 박은숙<원광대학교 가정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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