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 이길남 하서초 교장
  • 승인 2023.06.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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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기
이길남 선생님의 즐거운 글쓰기
이길남 선생님의 즐거운 글쓰기

논마다 물을 채우고 모내기가 한창이더니 푸른 들판이 되었다. 벼포기가 가지런히 심어진 논을 보면 내가 농사진 것도 아닌데 왠지 기분이 좋다.

학교 텃밭에는 옥수수 키가 부쩍 자라 울타리처럼 보이고 오이, 고추, 토마토는 벌써 열매가 크고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호박도 났다. 모종 심은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어느새 수확을 앞두고 있다.

그저 풀밭이었고 공터였는데 풀을 뽑고 고랑을 파 모종을 심으니 밭이 되었다.

심은 작물이 잘 자라야 좋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얼마 전 한 미술 전시회장에서 본 글귀가 생각난다.

“배추밭에서는 인삼도 잡초다”

배추 농사를 짓는 밭에 인삼이 올라온다면 뽑아내야 맞다. 아마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났다면 인삼은 조심히 뽑아 따로 잘 가꾸거나 약으로 쓰거나 할 일이겠고 그만큼 배추를 위해서 잡초는 뽑아내야 한다는 말을 강조한 문구라 공감이 가는 것이다.

텃밭에 가면 할 일이 많다. 뽑아도 뽑아도 자꾸 생기는 풀들은 늘 뽑아줘야 하고 비가 오지 않은 날이 길어지면 물도 주어야 한다. 거름도 주어야 하고 쓸려 내려간 흙은 다시 끌어 올려 덮어주는 북돋우기도 해야 한다.

몇 명의 아이들이 텃밭에 몰려오더니 선생님과 함께 상추를 딴다. 아이들이 심었던 상추 모종이 벌써 다 자라서 오늘 점심시간에 먹기로 했단다. 심어놓은 상추, 고추들을 날마다 와서 살피고 물도 주고 하더니 상춧잎을 따는 모습이 제법 익숙하다.

텃밭 농사짓는 일도 이렇게 때맞춰 해줘야 하는데 ‘학교에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일년지계 막여수곡( 一年之計, 莫如樹穀), 십년지계 막여수목( 十年之計, 莫如樹木), 백년지계 막여수인(百年之計, 莫如樹人)이라고들 한다.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얼른 알아차리고 잡초를 뽑아줘야 하는지, 영양소를 제공해야 하는지 때맞춰, 늦지 않도록 해야겠다.

행여 아이의 표정이 어둡지 않은지, 말수가 줄어든 건 아닌지, 수업에 집중은 잘하고 있는지를 늘 살펴야 한다.

오늘 하루도 모든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받는 일 없이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한다.

 

이길남 하서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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