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에 이르는 배려
존중에 이르는 배려
  • 박종완 계성 이지움 대표
  • 승인 2023.06.0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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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완 계성 이지움 대표
박종완 계성 이지움 대표

호주제 하에서의 여성은 남편이 세상을 일찍 떠나면 아들이 호주가 되므로 아들에게 예속되고 만약 그 아들이 없으면 손자에게까지 내려가 손자에게 예속되었는데, 이는 2008년 1월 1일부로 폐지된 남성 우월적 호주승계를 강제하던 호주제도의 문제적 단면이었다.

호주제도 폐지를 심의하는 재판장에서 최재천 교수는 “호주제는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결코 자연스러운 제도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고 인간 사회에만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지금 전 세계에서 이 제도를 가지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5천만 명만 채택하고 있는 호주제가 과연 호모 사피엔스 인간의 종 특이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나?”라며 소신 있는 주장을 펼쳤다.

필자 역시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되었음에도 우리 사회가 아직도 여성에 대한 배려가 존중에 이르지 못하고 형식과 구호에 머물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단편적인 예로 평상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큰 행사나 연휴 때에는 맛집도 아닐진대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인산인해의 긴 줄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여성화장실 앞의 진풍경들이다.

로타리 행사를 위해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도 여성화장실 앞의 긴 줄을 보면서 건설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민망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생리현상은 신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뇌에서 감지하여 뇌파를 통해 명령을 하달하는 것인데 이를 즉시 해소하지 못하고 화장실 앞에서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건 분명 고통일 것이다.

생리현상도 남녀 간에 차이가 있다고들 하는데 남성들은 참을 만큼 참다가 화장실에 가자마자 곧바로 볼일을 볼 수 있어 나름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도 있지만, 곧바로 해소하지 못하고 긴 줄에서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여성들이 겪는 초조함과 긴장감은 상당할 것이다.

작은 것을 소홀히 하면 큰 것을 그릇 칠 수가 있는데, 남녀의 생리현상이 다름을 인정하고 여성화장실의 이용 실태와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이를 하루빨리 해결하여 여성에 대한 존중에 이르는 배려의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고속도로 휴게소뿐만 아니라 다중 집회 시설의 기존 여성화장실 개선은 물론이고 새로 신축되는 시설물들의 기준을 대폭 확대하여 여성들이 생리현상마저도 참고 고통받으면서 긴 줄을 서서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른 반론도 있을 것이다. 평상시에는 오히려 인파가 적어 펑펑 놀리다가 주말이나 어쩌다 큰 행사 때만 일시적인 문제인데 무조건 크게 늘리자는 것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급해서 찾은 화장실인데 긴 줄을 서서 기다리라는 건 결코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존중에 이르는 배려가 비단 여성화장실에만 국한될 일은 아닐 것이다.

여성차별 유리천장이 없어졌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고무적이고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바람을 갖고는 있지만, 여전히 여성을 폄하하는 시설과 행동들을 볼 때면 5만 불 시대에 사는 선진화된 시민의식을 주문하고 싶다.

순천의 강천산 입구 대형 주차장에는 여성전용 화장실을 볼 수 있는데 여러 가지 상황과 문제를 감안한 여성들에 대한 존중에 이르는 배려가 아닐까 싶다. 이처럼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공공시설물은 물론 개인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다중 집회 시설들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존중에 이르는 배려를 실천할 수 있도록 용적률 상향등 적극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할 것이다.

필자 또한 건설인의 한 사람으로서 모든 건축물을 신축함에 있어 존중에 이르는 배려의 마음으로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건축물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번 다져 본다.

“백가지를 아는 사람보다 한 가지를 실천하는 사람이 낫다.”라는 말처럼 고속도로 휴게소나 다중 집회 시설 등의 화장실 앞에서 여성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는 민망한 모습들이 이제는 사라질 수 있도록 반드시 실행이 뒤따라야겠다. 행복이 넘쳐나는 세상은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 모두를 아우르며 존중에 이르는 배려가 넘치는 사회가 아닐까 싶다.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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