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받아들이는 문화
실패를 받아들이는 문화
  •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3.06.0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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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세상에는 최고가 붙은 단어가 너무 많다. 최고 선수, 최고 기업, 최고 건축물, 최고 대통령, 최고 지성인, 최고 상품, 최고 학자, 최고 연예인, 등등. 많은 사람들은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거나 최고의 작품을 남기려고 노력한다. 모든 영역에서 최고의 자리는 항상 존재하지만,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최고가 되는 것은 없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없다. 그 자리에 올라선 사람들은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인고의 세월을 거쳐 그 자리에 올라갔으리라.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갓난아이가 스스로 걸어다닐 때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넘어진다. 그 과정에서 부모 등 주위 사람들이 많은 격려와 도움을 주지만 아이 스스로 그 일을 해내야 한다. 좌절하지 않고 일어서려 노력하고 걷는 연습을 반복한 아이들만이 다른 사람 도움 없이 스스로 걷게 된다.

실패를 거듭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실패를 거듭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기 자신의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없거나 고난이 있더라도 그것을 헤치고 나가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는 의지가 크지 않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자신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거나 변명을 늘어놓는다. 운이 없어서라든가 조상이나 신을 탓하기도 한다. 또 이들은 무슨 일을 결정할 때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못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에 반해 최고이거나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늘 자신을 뒤돌아보며 자신의 잘못을 찾아내어 고치려고 노력한다. 누구나 실패하고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실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늘 고민한다.

2020년 벤처기업저널(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1월호에 실린 “일상화 vs. 분석 : 기업 혁신성 제고는 실패의 교훈에서 얻는다.”라는 논문에 의하면 기업들은 실패를 대하는 두 가지 접근방식이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실패의 일상화’ 방식이다. 실패를 단순히 좋은 배움과 경험으로 생각하고 지나가는 것이다. 이 경우는 어쩔 수 없던 실패에 대해 어떠한 처벌도 하지 않는다. 지난 실패에 대해 언급도 하지 않고, 다시 새로운 도전을 이어 나가게 한다. 다른 하나는 ‘철저한 분석’ 방식이다. 실패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지나가지만 실패의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개선방법을 찾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실패한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되고, 향후 이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단순히 실패한 경험이 바로 배움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패를 경험하였다면 실패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분석해야만 향후 발전에 도움에 된다고 한다. 다만 이 연구에서는 기업 내 비판적 토론이 불편한 문화가 존재한다면 실패에 대한 분석방식은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실패에 대한 관용적 문화가 존재하여 직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실패를 인정하고 보고하도록 만들고 실패 원인을 분석할 때에 비로소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교훈이다.

실패는 누군가의 잘못으로 일어나는데 실패와 잘못을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실패를 인정하였을 때 잘못에 대한 책임도 같이 져야 한다는 사실을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다. 그러다 보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실패를 인정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게 하는 것은 어렵다.

실패를 극복하고 새로운 지식을 얻거나 더 나은 발전을 이끌어 내려면 실패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올림픽이나 세계대회에 나가는 선수들이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주눅이 든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결과와 상관없이 그동안의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실패를 포용하고 보고하는 사람을 치하하는 환경조성도 중요하다. 리더가 앞장서서 실패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필요하다. 리더가 실패를 부끄러워하며 용서하지 않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구성원들에게 실패를 포용한다는 말을 하더라도 구성원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실패했을 때 누구의 잘못이나 실수를 지적하며 처벌하기보다는 치하해야 한다. 그래야만 누구나 실수에 대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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