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능의 탄생 - 문제 재발견
생각지능의 탄생 - 문제 재발견
  • 송해근 전주대 미래융합대학 기술경영공학과 교수
  • 승인 2023.06.07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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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심리학자 칼던커(Karl Dunker)가 1945년 소개한 ‘촛불실험(Candle problem)’은 매우 간단하다. 그림과 같이 탁자 위에 양초 하나, 압정 한 상자와 성냥(라이터)을 두고 피실험자들에게 “양초를 벽에 붙이되 촛농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물론 벽은 압정이 들어갈 수 있는 합판이나 크로크로 되어 있다). 

촛불실험 1

어떤 사람은 압정으로 양초를 벽에 고정하려 하지만 잘 안된다. 다른 사람은 촛농으로 벽에 붙이려 하지만 그것도 안통한다. 이렇게 몇 분의 시도끝에 아하~ 오른쪽 그림과 같은 해결책을 찾아낸다. 이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기능고착(Functional fixedness)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압정이 담긴 상자를 압정 용기로만 인지해 다른 용도로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촛불실험 해답

 프린스턴대학교 심리학과 샘글럭스버그(Sam Glucksberg) 교수는 1960년대 후반 금전적 동기부여가 업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살펴보기 위해 ‘상자에서 압정을 분리’한 새로운 촛불문제를 고안했다.

  사실 이 실험은 이전 던커의 촛불문제와 유사해보이지만, 기능고착의 함정을 없앤 매우 쉬운 문제다. 당시 참여자들은 2~3분만에 문제를 쉽게 풀었다(기존의 촛불문제는 5분~10분 소요되었음). 글럭스버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추가 실험을 통해 동기부여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즉, 던커의 촛불문제 실험에서 가장 빨리 정답을 제시한 사람에게 약 50만원의 금전보상을 제안했더니, 놀랍게도 문제해결에 더 오랜시간이 소요된 것(대략 두배로 알려져있다). 물론, 동일한 금전보상을 글럭스버그의 단순화된 촛불문제에 적용하면, 기존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해결책을 도출한다.

9점 문제

 이러한 현상은 퍼즐문제로 잘 알려진 9점 문제(Nine-dot problem)와 11점 문제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잠시 9점 문제를 살펴보면(오른쪽 위 그림), 4개의 직선만 이용해 펜을 들지 않고 9개의 점을 모두 연결하는 과업인데, 9개점으로 형성되는 인지적 장벽(Perceptual block)을 극복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해답은 오른쪽 맨아래 그림). 반면, 11점 문제는 9점 문제에서 인지적장벽을 제거한 매우 쉬운 문제이며(오른쪽 중간 그림), 11점 문제는 금전적 인센티브가 제공될 경우 매우 효과적이지만(글럭스버그의 단순화된 촛불문제와 같은 결과), 9점 문제에서는 전통적 보상체계가 오히려 문제해결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턴커의 촛불문제와 같이 문제해결에 시간이 더 오래걸린다.

11점 문제

 요약하면, 세상에는 기계적역량(Mechanical ability)을 요구하는 문제(즉, 글럭스버그의 단순화된 촛불문제와 11점 문제)와 인지적역량(Cognitive Ability)을 요구하는 문제(즉, 던커의 촛불문제와 9점 문제)로 구분되며, 전자는 인센티브와 같은 전통적 보상체계로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으나, 후자는 인공지능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고유 영역으로서 ‘자유로운 발명적 사고과정’을 통해 과업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9점문제 해답

필자는 이것을 ‘생각지능(Thinking Intelligence)’으로 명명하며,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러분은 미래사회에 어떠한 과업을 수행하며 행복권을 추구할 것인가? 단순반복작업으로 구성된 과업을 수행할 것인가? 아니면, 인지적 스킬을 요구하는 과업을 수행할 것인가? 미래 경쟁력의 핵심은 스스로 문제의식(비판정신)을 가지고 이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생각지능을 높이는 것이다.
 

송해근 전주대 교수

 송해근 <전주대 미래융합대학 기술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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