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날’, 두려움으로 줍게 되는 쓰레기
‘바다의 날’, 두려움으로 줍게 되는 쓰레기
  • 최재용 전라북도 새만금해양수산국장
  • 승인 2023.05.3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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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용 정읍시 부시장
최재용 전라북도 새만금해양수산국장

얼마 전 새만금방조제 인근에서 도와 군산시, 여러 기관이 함께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를 주웠다. 5월 31일이 ‘바다의 날’임을 알리고, 8월 1일부터 2023년 새만금 세계 잼버리대회도 개최되니 우리의 청정한 바다를 보여주자는 의도였다.

사실 ‘바다의 날’은 1996년 정부가 지정한 법정기념일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법정기념일은 1973년 제정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만들어졌는데, 현재 동학 농민혁명 기념일, 근로자의 날, 스승의 날, 식목일 등 모두 53개나 있는 까닭이다. 더구나 공휴일이 아니다 보니 그 분야에 관계된 사람들이 아니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전통적으로 바다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여겨 왔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영해, 배타적 경제수역(EEZ) 등 국가 주권에 대한 주장이 급격히 강해진다. 또한 바다 환경의 오염도 커져 갔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국가간 갈등도 빈번해진 것이다. 이에 UN(유엔)은 10년 넘게 복잡한 의견을 조율한 끝에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을 채택했고, 드디어 1994년 11월 16일 발효된다. 이 협약은 흔히 ‘국제해양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 협약을 비준한 나라, 즉 정식 회원국은 168개국이다. 우리나라는 1983년 정부 차원의 서명 이후 1996년 1월 국회 비준이 이뤄져 84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유엔해양법협약’을 비준한 같은 해 1996년에 5월 31일을 ‘바다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가 5월 31일을 ‘바다의 날’로 정한 것은 신라시대 장보고가 828년 지금의 전남 완도에 해상무역의 중심지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기념해서다.

그리고 같은 해인 1996년 8월, 정부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에 두 개 부처에 나뉘어 있던 수산청과 해운항만청을 하나의 부처로 통합한 해양수산부를 처음 만든다.

참고로 ‘바다의 날’은 나라마다 다르다. UN은 1992년부터 6월 8일을 ‘World Oceans Day’로, EU는 2008년부터 5월 20일을 ‘European maritime Day’로, 중국은 명나라 환관 정화가 대함대를 꾸려서 첫 항해를 떠난 날인 7월 11일을 ‘바다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바다 환경보호와 관련된 세부사항에 대한 국제 협약 논의는 1982년 채택된 ‘유엔해양협약’ 이전에도 있었다. 그중에서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준 협약은 1975년 발효된 ‘해양투기 금지를 위한 런던협약’이다. 우리나라도 이 협약에 따라 음식물 쓰레기, 가축분뇨, 하수 찌꺼기 등 각종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2016년 기점으로 없앴다.

또한 올해 3월 4일, UN은 모든 나라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바다인 공해(公海)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해양조약 체결에 합의했다. 공해상의 멸종위기 해양동식물을 불법 어업과 해양오염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다. 참고로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을 뺀 공해는 전체 바다의 61% 정도이다.

이번 ‘바다의 날’을 맞아 바닷가 쓰레기를 줍고 있자니 나도 바다를 지키는 데 뭔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두려움이 더 크게 밀려온다. 바다에서 어구나 어업 활동에 흔히 쓰이는 커다란 스티로폼이 오래 쓴 비누처럼 어느새 손바닥만 한 크기로 납작하고 매끈하게 닳아져 있는 것이다. 닳아빠진 스티로폼과 플라스틱은 바다 어디에 자신의 몸뚱어리를 버려두고 우리 앞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걸까?

최재용<전라북도 새만금해양수산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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