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폐기된 ‘간호법’ 무엇이 쟁점이었나
결국 폐기된 ‘간호법’ 무엇이 쟁점이었나
  • 김종하 국민행동본부 자문위원
  • 승인 2023.05.3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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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국민행동본부 자문위원

 지난달 ‘간호법’ 제정이 국회본회를 통과했으나 5월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 요구권, 즉 거부권을 행사했고, 결국 지난 30일 국회는 간호법 재의의 건에 대해 부결 폐기 시켰다.

 이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과 ‘보건의료지원법’에서 간호사 업무규정을 별도 분리한 것으로 이 법안은 31개 조문으로 이뤄졌는데, 새로운 조문은 7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의료법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등에 있던 조항을 옮겨 놓은 것이다.

여기서 의사단체와 간호사단체가 대립하는 문제의 조문은 제1조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는다’에서 ’지역사회에서’라고 명시한 점이다. ‘의료기관’에 한정된 간호사 활동범위를 ‘지역사회’까지 넓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노인, 만성질환자’에 대한 돌봄 역할도 하자는 취지다.

지금도 일부 지역사회의 간호 돌봄이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간호사 업무에 대한 정리가 제대로 잘 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러나 기존 의료법에 없었던 ‘지역사회’ 문구가 법안에 포함되자 대한의사협회는 간호사의 ‘단독개원’(업무확대)이 가능하도록 했다며 반발하고 있고, 또한 요양보호사 등 다른 직역들의 업무를 잠식할 수 있다며 격양된 반응을 내놓게 된 것으로 보여 진다.

여기서 문제의 쟁점을 정리해 보면 첫째, 간호사의 업무확대(단독개원), 둘째, 요양보호사 등 타 업무영역 침해, 셋째, 간호조무사의 학력상한 규정 등의 사항을 들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사항들은 법리상 ‘의료법’의 개정이 먼저 이루어지질 않은 상태에서 간호법이 따로 독립하여 존재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따라서 국회에서 통과된 간호법으로는 통합간호, 돌봄 체계 구축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간호법 제10조 2항에는 간호사 역할이 ‘의사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로 기존 의료법과 동일하게 명시돼있어 독자적 개원은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이번 제정된 ‘간호법’은 전문 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을 저해할 수도 있으므로 국민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대한의사협회에서는 강력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히고 있다. 만약 의료에서 간호만을 분리해 의료기관 밖의 간호업무가 확대 된다면 국민이 의료기관에서 간호서비스를 충분히 받기 어렵게 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만약 의료기관 밖에서의 사고발생시 대해서는 보상청구와 책임규명 등 한계도 어렵게 될 것이라 내다보며, 간호법은 돌봄을 간호사만의 영역으로 만들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다음 쟁점사항으로는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자격에 학력 상한을 규정’하고 있는 점이다. 간호법 제5조 간호조무사 자격인정에 관한 조항은, ‘특성화고 간호 관련 졸업자’와 ‘학원의 간호조무사 교습과정 이수자’로 간호조무사 학력 요건을 규정한 의료법 제80조 제1항의 내용을 그대로 따오고 있다.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을 ‘학원과 특성화고 졸업자로만’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특성화고에서 간호조무 관련 학과를 이수하면 자격시험을 바로 볼 수 있지만, 일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문대에서 간호조무 관련 학과를 이수 졸업했다면 일정 기간 학원에서 수강을 해야만 시험 응시자격이 부여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간호조무사들은 ‘전문적 교육을 받고 간호의 질을 높여야 함에도 학력 상한 규정을 둬 국민의 배움 권리를 막았다’며 반대의 수위를 높였다. 간호법이 시행되면 장기요양기관, 장애인복지시설 등 지역사회시설에서 간호사만 고용할 수 있어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데 이 역시 ‘지역사회, 학력상한’ 표현 때문에 생긴 논란이다.

또한 이번 간호법이 다른 지역 ‘유관지역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고, 그리고 ‘간호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할 수 있다 하여,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 재의결을 결정해고, 국회는 지난 30일 재의결 한 결과 여당의 반대 속에 결국 폐기 수순을 받았다.

김종하 <국민행동본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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