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국민과 미숙한 정치인
성숙한 국민과 미숙한 정치인
  • 이성순 (유)효원 대표
  • 승인 2023.05.29 14:44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성순 (유)효원 대표/법무사

 국민은 더 이상 개돼지가 아니다
 

 최근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그들의 발언과 논평, 그리고 당을 대변하는 자들의 발언을 듣다 보면 도대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성숙하여 있고, 선진국의 제도를 완비한 우리나라의 격에 맞는 언동인지 참으로 의심스러울 때가 많이 있다.

 거의 매일 듣는 그들의 발언 수준이 워낙 비상식적이다 보니 상식적인 발언은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그에 따라 언론에서도 상식적인 발언보다는 비상식적인 선정적 발언을 대서특필하고, 각 정당의 추종자들은 이를 가십의 재료로 삼기에 급급한 현실이다.

 문제는 별 시답지 않은 사안이나 언론의 가십난에서 일회성 기삿거리로 삼기에도 부족한 소소한 발언을 가지고 거의 온 나라를 거덜을 내다시피 죽자사자 달려드는 우리 여당과 야당 정치인들을 바라보자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얼마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혼잣말로 한 ‘바이든, 날리면’이슈가 부각된적이 있었다. 당시 제반 정황상 ‘바이든’이 맞는 것 같음에도 굳이 ‘날리면’이라고 우겨댄다. 도대체 바이든 이건, 날리면 이건 혼잣말로 한 소리라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아님에도 여당과 야당은 죽자살자 거의 한 달간을 맹수들이 생쥐 한 마리 물어뜯듯 서로 할퀴어 댔다. 한때는 5천만분의 1이라는 찬사를 들었던 어느 정치인은 정경심 교수의 증거은닉 행위를 ‘증거보전’이라는 형법전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기상천외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최근에는 대단히 정의롭다고 자평하면서 재판을 받고 있는 미남 교수와 그분의 따님이 우리 전주까지 찾아와 북 콘서트인가를 열었고 이를 매우 성황리에 마무리하였다는 소식도 들리고, 어느 ‘코인 정치인’은 자신에 대한 모든 의혹을 정치공작이라 치부하면서 성숙한 국민을 개·돼지화 하고 있다. 현재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면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단순한 명제마저도 흔들리게 만든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왜 정치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정치를 희화화시키려 애를 쓰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1987년 대선 때의 일이다. 당시 1노 3김이라 불리는 그 치열한 선거전이 종반에 들어설 무렵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익산 유세가 예정되어 있었다. 당시만 하여도 군중을 운집해 놓고 사자후를 토하던 멋과 향취가 있었던 시절이기도 하였다.

 당시 필자도 김대중 후보의 그 명연설을 듣기 위하여 익산 근교의 황량한 들판에 도착하니 청중들이 말 그대로 구름떼처럼 모여 있었다.

 아직 김대중 후보가 도착하기 전이어서, 유명한 야당의 한 노정객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하여 독재정권 타도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을 때 순간 돌풍으로 마이크에 연결된 스피커가 떨어지면서 일시 연설이 중단되었다. 행사 진행요원들이 새롭게 선을 연결하고 이를 수습하는데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이어 그 노정객은 수십만의 청중 앞에서 “방금 정부 모처에서 연설을 방해하기 위한 공작이 있었다”라고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연단 바로 뒤에서 바라보던 필자는 홀로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그러함에도 그 노정객의 발언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당시 전두환 독재정권은 온갖 금권, 관권을 동원하여 여당 후보인 노태우 후보의 당선을 위하여 온갖 협잡질을 하던 시대였고, 우리나라 역사에 그 유례가 없던 살벌한 군사독재정권하에서 노정객의 위 발언은 군사독재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자그마한 애교로 받아들이는데 아무런 저항감이 없었다.

 그로부터 한 세대가 흐른 지금 이 나라의 국민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지적이고 이성적인 국민이 되었고, 우리의 법과 제도는 전 지구상에서 가장 성숙한 민주화의 제도를 가진 나라로 바뀌었음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다.

 그러함에도 아직 우리의 정치인들은 한 세대 이전의 정치에서 단 한발자국도 앞서나가고 있지 않다. 그들은 아직 위에서 언급한 ‘방해 공작’수준의 노정객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노정객은 독재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숭고한 일념이라도 있었으나 현재의 정치인들은 오로지 자기의 정치적 입지와 정치적 안위에만 염두에 있을 뿐 국민들은 안중에 두고 있지 않은 듯하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적지않은 과오가 있었으나 그분들은 항상 국민을 두려워하였고, 국민들에게 진솔하였으며, 시종일관 국민을 섬기는 정치인이었기에 지금도 수많은 사람의 추앙을 받고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정치인들은 김대중과 노무현을 정치적으로 이용만 할 생각을 버리고 그들의 철학과 국민 섬김의 정신을 본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성순 <(유)효원 대표/법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소율 2023-05-29 21:38:19
국민을 생각해주는 정치 하시길
김철진 2023-05-29 20:56:17
참 옳은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