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체전을 둘러싼 논란의 역사
소년체전을 둘러싼 논란의 역사
  • 박지원 전주시체육회 회장/변호사
  • 승인 2023.05.2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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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주시체육회 회장/변호사

 오는 5월 27일부터 5월 30일까지 4일간 울산광역시 일원에서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진행된다. 이른바 ‘소년체전’으로도 불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는 ‘전국체전’으로 불리는 시·도별 대항 전국체육대회의 규모가 커지자, 전국체전 중등부에서 함께 시행되던 것을 초등학생부와 중학생부로 분리시켜 1972년 전국스포츠소년대회로 시작하였으며, 올해로 제52회째를 맞이했다.

 대한체육회 주관으로 매년 봄에 거행되는 소년체전은 자라는 학생들에게 기초적인 스포츠를 보급하여 체육 인구의 저변을 확대하고 생활체육의 기반을 조성하는 한편, 우수선수를 조기 발굴하여 스포츠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이처럼 우수 선수의 조기 발굴과 육성, 학교체육 활성화 등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개최 시·도의 재정 부담을 비롯하여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 등으로 인해 1988년까지는 전국 규모로 개최되던 소년체전이 1989년에는 잠시 중단되고 각 시·도 교육위원회 주최로 전환되어 개최된 전례가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전국 단위 소년체전이 폐지되고 지역별로 소규모 체육경기가 개최되자, 학교 체육 활동이 위축되고 우수선수의 조기 발굴이 어려워졌다는 문제점이 다시 제기되었고, 이에 1992년부터 다시 전국규모의 소년체육대회가 부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신 이때부터는 자라나는 선수들이 지나친 승부의식을 갖게 되거나 시·도별 과열 경쟁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시·도별 메달 집계를 하지 않고 개인 시상식만 하게 되었다.

 1993년 대회부터는 수업 결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말을 포함하여 대회가 진행되었고, 2010년 대회에서는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하계방학 기간에 개최되기도 했으나, 한여름의 폭염과 장마 등 이중고 때문에 혹서기 대회가 오히려 선수들을 힘들게 한다는 지적에 다시 5월 개최로 환원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반세기 이상 청소년의 기초체력 함양과 꿈나무 선수 배출, 지방학교 운동부와 실업팀 확대에 기여하며 국가대표로의 등용문 역할을 담당해 온 소년체전이지만, 이제는 학생 선수와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소년체전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는지?’ 되물을 정도로 그 존재감이 점차 미약해져 가는 것이 현실이다. 해외 인기 스포츠 경기를 안방에서도 소비할 수 있게 만든 기술의 발달, 전문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의 정책 비중 전환,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 강화에 대한 요구 등 시대 변화에 따라 더 이상 소년체전이 과거와 같은 위상을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급기야 지난 2019년에는 다시금 소년체전 폐지 논란이 불거진 바 있었다. 당시 정책 권고안의 내용은 고등부를 전국체전에서 분리시켜 초등, 중등부와 함께 전국학생체육제전으로 전환하자는 취지였으나, 엘리트 체육 자체에 대한 찬반 여론에 의해 ‘소년체전 폐지’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역사적으로 폐지 논란의 찬반 근거는 비슷하게 유지되어왔다. 우수 선수 조기 발굴·육성이라는 순기능 뒤에는 과열경쟁과 고강도 장시간 훈련으로 인한 행복추구권과 학습권 침해라는 부작용이 따랐고,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국제경쟁력 및 경기력 향상이라는 명(明) 뒤에는 성적지상주의에 기반한 폐쇄적이고 국가주도적인 엘리트육성 시스템이라는 암(暗)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지만 지금도 이해관계자들은 저마다 입장에서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학교 스포츠 클럽 제도, 체육특기자 입시제도나 포상·연금·병역 특례 제도, 스포츠 지도자의 학교 배치, 훈련문화의 변화 등은 소년체전 존치 논란과 함께 앞으로도 당분간은 학교 체육계의 화두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전주시체육회 회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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