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봉고원에 스포츠 종합훈련원을 만들어야
운봉고원에 스포츠 종합훈련원을 만들어야
  • 박희승 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
  • 승인 2023.05.2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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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
박희승 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

5월 중순경 고교 친구 20여명과 함께 지리산 바래봉을 등산했다. 바래봉 철쭉을 구경하러 모인 전국의 등산객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 팀은 사람의 왕래가 적은 산덕마을 임도를 따라 산행을 시작했는데, 깊고 푸르른 숲길을 걷고 있자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능선에 올라서니 멀리 동남쪽으로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 주능선이 보이고, 북서쪽을 바라보니 운봉들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태백산으로부터 흘러내린 고남산을 비롯한 백두대간이 운봉들을 접시처럼 둘러싸고 있고, 북동쪽으로는 고려말 이성계 장군이 3,000여명의 병력으로 당시 동아시아 최강이라는 왜장 아지발도가 이끄는 1만이 넘는 왜구를 무너뜨린 황산이 보인다.

이성계 장군은 이 전투에서 승리한 후 12년 뒤에 조선을 건국한다. 남원에서 운봉고원(지역적으로는 과거 운봉현을 일컫는 말로 운봉읍, 인월면, 산내면, 아영면을 포함한다)으로 올라가는 여원치(이성계 장군이 지었다는 전설이 있음)에는 오른쪽 가슴을 가리고 있는 ‘여원치 마애불’이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성계가 여원치 인근에 진을 치고 있었는데, 여원치에서 주막을 하다 왜구에게 가슴을 희롱당하자 스스로 오른쪽 가슴을 도려내고 자결했다는 주모가 꿈에 나타나 왜구를 쳐부술 비책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여원치에서 고남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은 동학농민군에게는 뼈아픈 장소이기도 하다. 김개남 장군이 이끄는 동학농민군 1만여 명은 1894. 11.경 경상도로 진격하기 위해 운봉읍으로 올라가는 방아치 계곡에서 진을 치고 있던 관군과 토호들에 의해 백두대간을 넘지 못하고 패배했고, 갑오농민전쟁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조선시대 10승지 중의 한 곳인 운봉은 만석꾼이 존재했을 정도로 넓은 땅을 지니고 있어 물산이 풍부했다. 황산 아래 비전마을은 우리나라 국악의 성지로서 동편제 판소리 가왕으로 추앙받는 송흥록, 동생 송광록, 손자 송만갑의 생가가 있고, 여기서 전설적인 여류명창 박초월 등의 제자가 길러졌으며, 인월과 아영에는 흥부전의 뿌리가 있고, 산내에는 가루지기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뱀사골이 있다.

북한의 개마고원과 더불어 우리나라 양대 고원인 운봉고원은 조선개국의 시발점으로서의 역사적 의의뿐만 아니라 사람이 가장 살기 좋다는 해발 500~600미터 높이에 위치해서 무엇을 하든지 발전가능성이 높은 지역 중의 하나이다. 지대가 높고 일교차가 커서인지 이곳에서 생산되는 포도, 사과, 상추, 파프리카 등은 맛도 좋고, 상품성이 높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최근에 남원 춘향골체육관에서 5일간 전국초등학교 태권도대회가 열렸다. 출전 선수와 코치, 학부모 등 합계 5,000여명이 남원을 방문하니 남원시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숙박시설이 부족하여 인근 시군의 숙박업소까지 이용했다고 한다. 지리적 여건상 산업화가 쉽지 않은 전북 동부지역 지자체들은 전국 스포츠대회를 유치해서 그나마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의 온난화가 계속되고 있다. 올여름에도 기온이 급상승하리라는 예측이 언론에서 계속 나온다. 그동안 전국대회를 많이 유치했던 경주나 천안 등에서는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 때문에 전국대회 유치가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 2. 16 대선 후보 시절 국립 전북 스포츠 종합훈련원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남원시 운봉읍에 건립될 예정으로 총 사업비로 2,000억원을 예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2022. 2. 21 운봉에 국립 남원 스포츠 종합훈련원 설립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했다.

여·야 대선후보의 공약을 떠나서도 여름에도 선선한 높은 고원지대에서 유소년, 중고등 등 엘리트 선수들이 훈련한다면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비시즌 기간에 일반 국민에게도 시설을 개방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하루빨리 대선공약이 이행되길 기대해 본다.

박희승<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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