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는 천황의 지배 영역이라는 ‘정한론’의 부활
전라도는 천황의 지배 영역이라는 ‘정한론’의 부활
  • 김명성 원광대 강사 · 前 KBS보도국장
  • 승인 2023.05.24 09: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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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성 원광대 강사 · 前 KBS보도국장

자랑스러운 전라도의 역사를 써내려가겠다는 ‘전라도 천년사’ 내용을 놓고 역사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놀라운 것은 호남인들이 대학교수들의 학설에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는 점이고 고대 일본 천황이 전라도 땅을 200여 년간 지배했다는 ‘정한론(征韓論)의 뿌리’가 아직껏 꿈틀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한론은 ‘삼한(三韓) 땅이 일본 천황의 지배 영역’이었기 때문에 조선을 정벌해야 한다는 제국주의시대 일본인들이 조선침략 논리다. 그 논리는 고대 일본의 신공왕후(神功王后)가 삼한을 다스렸다는 ‘일본서기’ 기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신공황후는 누구일까? ‘바람의 신이 바람을 일으켜 신공황후를 신라에 당도하게 하고 고구려 백제까지 다스렸다’는 황당한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유일하게 일본서기에만 기록돼 있는 일본인들만의 신화다.

문제는 허무맹랑한 그 이야기가 일본인들의 의식 저변에 깔린 채 임진왜란, 일제의 조선침략과 식민지 지배로 이어졌고 지금의 일본의 초중고 교과서에도 버젓이 ’임나일본부‘로 살아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의 ’전라도 천년사‘ 역사전쟁도 그 연장선에 있다. 핵심은 일본 천황이 전라도 땅을 369년에서 562년까지 지배했다는 것이다.

정한론자들은 ‘명치천황’이 실권을 잡은 것을 계기로(1868년 明治維新) 군부가 중심이 돼 우리역사에서 ‘가야=임나’로 바꿔치는 작업에 몰두했다. 일본서기에 따르면 임나는 천황이 다스린 곳이다. 이들은 가야를 임나로 바꾸면 가야의 영역인 남한(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일부)까지 모두 임나가 되고 따라서 고대 일본 천황이 남한을 다스렸다는 신공황후 전설이 실제 역사로 만들 수 있다(날조)는 기가 막힌 논리를 만들어낸다.

그게 임나일본부설이라는 정교한 역사논리가 만들어진 이유다. 임나일본부는 ‘천황이 고대 남한 땅인 가야에 일본부(고대 총독부)를 설치해 간접 통치(식민지 경영)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선의 식민지배는 고대 식민지배의 복원이라는 정당성이 확보된다. 제국주의 일본 군부는 임나일본부를 만들어내는데 혈안이 됐으며 그 작업은 조선총독부로 이어졌다.

나가 미치요(那珂通世 1851~1908)의 가라고(加羅考), 아유카이 후사노신((鮎貝房之進 1864~ 1946)의 일본서기 조선지명고, 쓰다 소키치(津田左右吉 1873~1961)의 임나강역고, 이마니시 류(今西龍 1907~1943) 기문·반파고, 스에마쓰 야스카즈末松保和 1904~1992)의 임나흥망사. 이 역사날조 작업에 동원된 일본인들이다.

멀쩡한 가야를 임나로 만들고 임나일본부의 지배영역이 남한 땅이며 가야의 활동 영역인 지금의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라고 역사 날조행각을 논문으로 수립한 자들이다. 이들은 반파와 기문 땅을 경상도 지역이나 전라도의 장수와 남원으로 몰아갔다.

지금 전북의 역사교수들은 반파 기문은 경상도(아유까이 후사노신, 스에마쓰 야스카즈)가 아니고 전라도(쓰다 소키치) 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한심한 작태는 정한론의 덫에 걸린 역사교수들이 천황 지배영역을 놓고 경상도냐, 전라도냐 경쟁을 벌이는 우스꽝스런 풍경이며 어느 일본인 논문을 더 베끼느냐의 유치한 논문복사 경쟁일 뿐이다.

전라도 천년사 발간은 24억 원의 소중한 전라도민 세금이 들어간 편찬 작업이다. 지금 전개되는 전라도민들의 저항은 역사교수들이 학문에 더 천착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도민들의 목소리는 “임나는 역사적으로 일본열도에 있었던 실재한 영역”이라는 석학들의 기존 논증(최재석 이덕일 김석형 조희승 등)은 은폐한 채 일본인 논문만 맹종하는 지적 게으름을 탓하고 있다.

전라도 천년사 논쟁은 21세기판 정한론을 부활시키려는 역사교수들과 이에 맞선 전라도민들의 의분(義憤)에서 비롯된 항거요 역사전쟁이다.

김명성 <원광대 강사 · 前 KBS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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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성 2023-05-27 07:37:58
식민사학자들은 각분야별로 조선총독부가 확립한 날조와 왜곡된 우리역사를 체계적으로 2차 날조왜곡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러한 역사만행을 이덕일교수께서 전분야를 두루 대적하고 있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열정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석학'이라는 칭호는 마땅합니다. 식민사학자들은 각자의 전공에서 이덕일교수는 전분야에서 1인이 만명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이시대의 단재신채호선생입니다. 현직 역사교수들은 거대한 21세기 조선총독부입니다. 공부하지 않는 지적 빈곤, 지적 게으름을 국수주의라고 말하는 그들의 태도는 공부하는 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차오름 2023-05-27 00:30:30
역사학과 교수라는 직분을 이용한 역사 테러입니다. 우리 역사는 우리 시각으로 정리되어야 합니다. 한 사람의 전문가 견해가 역사가 될 수 없습니다. 역사학과 교수들이 김명성 선생님의 글 잘 읽고 반성했으면 좋겠습니다. 역사는 한 나라의 국적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깨닫기를 바래 봅니다. 감사합니다...
석학 2023-05-26 01:00:47
이덕일을 석학이라고 부르는 시점에서 웃음만나올뿐
ㅋㅋㅋ 2023-05-25 21:53:06
현제 지형과 역사관점에 사건을 보는같다. 내가 중국사서를 읽고 느낀것은 통일신라 이전은 연맹체위주로 중국 동부 한반도 남부 일본열도 역사가 연동되는 느낌, 현제의 한반도 중국 일본 열도가 아닌 해양세력들 중심으로 통치된것으로 봐야된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