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마리 늑대가 한 일
열네 마리 늑대가 한 일
  • 송호석 전북지방환경청장
  • 승인 2023.05.2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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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석 전북지방환경청장

 매년 5월 22일은 국제연합(UN)에서 정한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이다.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은 1993년 유엔 총회에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생물다양성’이란 지구 각지의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물의 다양성을 말하며, 건강한 생태계와 생물상의 안정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생물다양성은 우리에게 음식, 약, 그리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자원을 제공한다. 또한 기후를 조절하고, 공기와 물을 정화하며 지구의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인간 활동에 의한 삼림 파괴, 환경오염, 그리고 야생동물 남획과 같은 행위는 생물다양성의 현저한 감소를 초래한다.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 서부에 위치한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세계에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한 지역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 국립공원도 20세기 초까지 많은 생물종들이 사라지면서 생태계가 악화하기 시작했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옐로스톤 국립공원 내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의 멸종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옐로스톤의 늑대들은 야생의 동물뿐만 아니라 주변의 가축도 사냥하여 농부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피해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늑대를 사냥하기 시작하였고, 결국 1926년 옐로스톤의 늑대들은 멸종되었다.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가 사라지자 사슴류인 엘크들의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이 엘크들은 공원에 있는 식물들을 자라기도 전에 모두 먹어 버렸다. 이로 인해 식물을 먹이로 삼았던 소형 초식동물들도 사라지면서 옐로스톤은 점차 황무지로 변하게 되었다.

 70년이 지난 1995년에 늑대 열네 마리가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다시 복원되었고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정착한 늑대들은 엘크를 사냥하여 엘크 숫자를 정상화시켰다. 공원 곳곳에 풀과 나무가 다시 자라나자 떠나간 새들과 초식동물들이 돌아왔다. 뒤이어 초식동물을 먹이로 하는 포식자들이 찾아오면서 옐로스톤의 전체 생태계가 번성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생태계 기능에 생물다양성이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생물 한 종이 멸종하면 전체 생태계가 균형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옐로스톤의 열네 마리 늑대와 같이 생물종들이 다시 복원되면 생태계가 저절로 치유될 수 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복원은 생물다양성의 기적이며, 생태계 회복과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우리 지역에서도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려는 노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북지방환경청에서는 국립공원, 지자체 등과 공동으로 광릉요강꽃, 임실납자루 등의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을 추진해 왔다. 올해에도 석곡과 부안종개 등의 멸종위기종을 복원할 계획이다. 또한, 2022년 전주시 기린공원 내 전주물꼬리풀 복원처럼 기업들의 ESG(Envirorment Social Governance) 활동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도 증가하고 있다.

 기관이나 단체 등에서 진행하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노력과 풀 한 포기, 곤충 한 마리의 소중함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야말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미래 세대의 건강한 미래를 보장하는 초석이다.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이하여 열네 마리 늑대의 기적을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송호석 <전북지방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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