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관계의 기형화는 누구의 책임인가
한미일 관계의 기형화는 누구의 책임인가
  • 전수미 변호사
  • 승인 2023.05.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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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미 변호사
전수미 변호사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1년간의 국정운영을 자평했다. 특히 외교·안보 성과와 관련하여 “북한의 선의에만 기댔던 대한민국의 안보도 탈바꿈했다”고 밝혔다. 맞다. 북한의 선의에만 기대면 안된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미국과 일본의 선의에만 기대는 것은 좋은 것인가.

일제의 질곡에서 우리 민족을 해방시켜 준 나라가 미국이고, 대한민국이라는 자주 독립국가를 수립하는데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미국이었으며, 한국전쟁이라는 상황에서 우리를 적극적으로 도와준 것이 미국이다. 휴전 후에도 정치, 군사, 경제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의 발전을 위하여 우방으로서 많은 지원을 하였다. 윤석열 정부의 친미적 감정이나 미국에 대한 절대적 신뢰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기초로 할 것이다.

하지만 러일전쟁 전후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사실상 일본의 ‘한국에 대한 종주권’을 인정한 사실, 38선을 경계로 하여 일본군의 항복을 받기로 한 결정이 오늘날 한반도 국토양단의 비극을 초래한 사실, 한국이 미국의 극동방위선(애치슨 라인) 밖에 있다는 미국 국무부장관의 성명이 한국전쟁의 중요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 최근 미국의 자국중심의 경제, 안보 정책으로 인하여 우리의 경제 및 안보에도 큰 타격을 초래하면서 과거 절대적인 미국에 대한 신뢰와 우호관계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과의 관계는 어떤가.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전기로 하여 한국과 일본 간에는 다시 인사 왕래가 빈번해져 긴장상태가 약간 풀린 감이 있으나, 한일 간에 내재한 강제동원,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역사적 문제를 직시하지 않은 채 과거 없는 미래만 이야기 중이다. 한국은 일본에 대하여 역사, 주권, 영토 문제에서만큼은 고유한 원칙을 가지고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경제와 안보는 협력하는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민적 동의 없는 ‘제3자 변제안’을 비롯하여 100년 전 일로 일본이 사죄할 필요는 없다는 식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일본의 선의에만 기대는 행위로서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그 정체성까지 의심하게 한다.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일본에 대한 면죄부를 줄 권리까지 위임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하루면 들통날 거짓말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가장 큰 패착은 ‘사실상 핵공유’라는 발언에 대하여 미국 국무부가 즉각 부인한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미국을 자극한 것이며, 미국의 외교라인에게 한국의 외교라인에 대한 불신감을 키운 것으로 평가된다. 똑같은 행위를 반복한 것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사안인데, 기시다 일본 총리의 한국 방문 후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한국 전문가의 현장 시찰 관련, 실질적인 점검과 조사를 필요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일본 경제산업상에서는 후쿠시마 시찰단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도대체 왜 윤석열 정부는 하루면 들통날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대통령실, 외교부 등은 아직도 70-80년대처럼 자기네만이 전용 외신 텔렉스실에서 갓 인쇄된 외신 기사를 독점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의도적이기까지 하다. 일본에서 오전에 이미 안정성 평가가 아니라고 얘기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오후에 국회에 나가서 우리 시찰단이 “검증에 가까운 활동을 할 것”이라 하였다는 점에서 이제 무지가 아니라 국민을 기만하려는 의도까지 느껴진다. 한일정상회담에서 결정된 후쿠시마 시찰단이 안정성 평가도 하지 못한다면 앞서 시찰단을 파견한 대만처럼 일본에 ‘명분’만을 주게 될 것이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지금의 ‘비대칭 외교’, ‘불평등 외교’를 끝내야 한다. 미국은 ‘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면서 한국에 이익을 취하고 있으며, 일본 또한 윤석열 대통령을 추켜세우고 실리를 추구하며 자국 내 지지도를 올리는 중이다. 한국이 미국과 일본 편향적 관계를 고집하기에는 현재 국제관계의 양상이 너무나 복잡하고 다극화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대통령은 오직 ‘국민’만 보고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펼쳐야 한다. 지금처럼 ’친미친일‘(親美親日)을 넘어 ’숭미숭일‘(崇美崇日)로 귀착된다면 그 끝은 총선과 대선 패배라는 역사적 심판이 있을 뿐이다.

전수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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