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 대산면 중산리 이팝나무, 성송면 하고리 왕버들나무숲
고창군 대산면 중산리 이팝나무, 성송면 하고리 왕버들나무숲
  • 고창=임용묵 기자
  • 승인 2023.05.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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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리 이팝나무, 함박눈 닮은 하얀꽃 만개 장관
하고리 왕버들나무숲, 녹음 짙어진 힐링의 마을숲

 세계유산도시 고창군의 꽃 소식은 조금도 쉴 틈을 주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이른 봄부터 화려한 연분홍색 벚꽃이 관광객들의 마음을 훔치더니, 이제는 벚꽃의 빈자리를 이팝나무 하얀꽃과 연두빛 버들나무가 또 다른 매력을 선물할 채비를 하고 있다. 계절마다 각종 꽃으로 거리를 장식하는 ‘꽃의 도시’ 고창으로 가족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아 보자. /편집자주 

 #대산면 중산리 이팝나무(대산면 중산리 314-1)

 숲은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계절의 여왕 5월의 숲은 단단한 땅을 뚫고 기어히 피어난 새 생명들이 질러대는 환호성으로 가득하다. 연초록 나뭇잎들의 일렁임은 넘실대는 생명력에 다름 아니다.

 봄과 여름의 중간 어디쯤. 고즈넉한 시골 농촌마을 어귀에 가면 때 아닌 새하얀 눈꽃의 장관을 볼 수 있다. 오월의 눈꽃은 향기도 은은하다. 만개한 꽃은 20일가량 향기를 사방에 내뿜은 뒤 눈이 내리는 것처럼 떨어진다. 벚꽃 못지않은 만개와 낙화가 장관이다. 천연기념물 제183호 고창군 대산면 중산리 이팝나무가 올해도 화려한 꽃을 피워냈다.

 이팝나무 꽃은 멀리서 보면 새하얀 눈이 내려앉은 모습이며, 가느다랗게 넷으로 갈라지는 꽃잎 하나하나가 마치 뜸이 잘 든 밥알 같이 생겼다. 그래서 이밥나무라 했는데, 이밥이 이팝으로 변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이팝나무는 꽃이 얼마나 많이 피느냐에 따라 그해 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점치기도 했다. 여름이 시작될 때인 입하 즈음에 꽃이 피어 입하목(立夏木)으로 불린다. 이팝나무는 키가 크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는 가로수종에서 전통의 강자인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 벚나무 마저도 제친다. 특히, 고창군 대산면 중산리 이팝나무는 높이 10.5m, 둘레 2.68m로 ‘이팝나무’ 중에서도 매우 크고 오래됐다.

 #성송면 하고리 왕버들나무숲(성송면 하고리 123번지)

 버드나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한 나무다. 편안한 쉼터가 되어주기도 하고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주기도 했다. 버드나무는 버들피리를 만드는 데 쓰는 갯버들을 비롯해 능수버들, 수양버들, 고리버들, 용버들, 들버들, 떡버들 등 40여 종류가 있다. 이들 중 물을 좋아하는 종들을 호숫가나 개울가에 많이 심었다. 왕버들은 능수버들이나 수양버들처럼 가지가 하늘거리며 처지지 않고 위를 향해 자란다.

 성송면 하고리 삼태마을 앞. 천변 양옆으로 하천 둑을 따라 왕버들나무와 느티나무, 소나무 등 10여 종 90여 그루의 나무들이 우뚝 서있다. 미처 수령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백 년은 족히 되어 보인다. 경외감까지 느껴진다.

 큰 나무는 가슴높이 지름이 약134㎝, 높이는 8m에 이른다. 개울을 가로질러 작은 다리를 건너면 예사롭지 않은 왕버들나무가 눈에 띈다. 옆으로 누운 것인지, 바로 서있는 것인지 감탄을 자아낸다. 마을의 홍수를 막아주는 역할도 하며 수세가 왕성하고 수형도 매우 아름답다.

 왕버들 고목은 대부분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 구멍은 예로부터 도깨비 이야기를 비롯한 전설의 고향이었다. 그래서 한자 이름도 귀신이 사는 버들이란 뜻으로 ‘귀류’(鬼柳)이며, 개울 옆에 잘 자란다고 하여 ‘하류(河柳)’라 부르기도 한다.

 삼태마을은 옛부터 앞산에 올라가서 보면 마을이 배 형상으로 보이기 때문에 배를 단단히 매 놓지 않으면 마을 앞으로 흐르는 거친 대산천에 마을이 떠내려갈 형국이라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왔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배를 매어 둘 말뚝으로 사용할 나무를 심고 지금까지 보존해 오고 있는 것이라 전한다. 생육이 뛰어날 왕버들나무숲의 희소적 가치와 생태적가치 뿐만 아니라 비보림의 성격을 지닌 마을숲으로, 마을 유래와 함께 왕버들나무숲 관련 전설 등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다. 고창 하고리 왕버들나무숲은 산림청이 주최하는 20214년 제15회 아름다운 마을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창=임용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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