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수 시인과 함께 읽는 책 놀이터 17-농촌 아이의 달력 (안도현/봄이아트북스)
김헌수 시인과 함께 읽는 책 놀이터 17-농촌 아이의 달력 (안도현/봄이아트북스)
  • 김헌수 시인
  • 승인 2023.05.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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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 아이의 달력 - 안도현/ 봄이아트북스 

  5월은 올챙이 뒷다리 나오는 것 지켜보는 달

  6월은 아버지 종아리에 거머리가 달라붙는 달

  7월은 매미 잡으러 감나무에 오르는 달

  8월은 고추밭에 가기 싫은 달

  9월은 풀숲 방아깨비 허리 통통해지는 달
 

  주변의 보잘것없는 사물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아내는 시들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안도현 시인. [농촌 아이의 달력]은 안도현 시인의 시를 수묵담채 그림으로 풀어낸 그림책이다. 도시의 풍경과는 다른 농촌의 자연풍경이 열두 달 속에 들어있다. 시를 담은 그림책이여서 글밥이 한 페이지에 한두 줄 정도이다. 문장을 읽다보면 열두 달이 새롭게 느껴지고 도시의 삶과는 다른 농촌의 삶이 읽힌다.

  농사를 끝낸 1월은 특별한 일이 없는 추운 겨울이다. 유리창에 얼어붙은 성에를 긁고 고드름을 먹으며 겨울을 보내는 날이 농촌아이들의 겨울나기이다. 저수지 얼음장위에 돌을 던지고 지루한 겨울을 소소하게 보낸다. 3월에는 학교 담장 밑에서 딱지를 치고 햇볕을 쬐고 4월엔 앞산의 진달래를 따 먹는다. 7월은 매미가 감나무에 오르는 달, 감나무 밑에서 홍시를 조심해야 하는 10월, 탐스럽게 익은 주홍빛 홍시가 매달린 감나무가 정겹다. 눈이 많이 오는 12월은 눈싸움과 눈썰매, 눈사람 등 놀거리가 많다. 힘들게 만든 눈사람을 발로 차버리는 그림속의 친구들이 개구지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써 낸 달력을 살펴보니, 늦잠을 실컷 자고 풋살을 매일 할 수 있는 2월이 먼저 들어왔다. 워터파크에서 놀며 어학연수를 가는 8월, 알레르기비염으로 코가 간지러운 9월, 붕어빵 먹고 어묵 먹고 떡볶이를 먹는 12월을 말하고 있다. 집과 학원을 뱅뱅 돌고, 시험기간에 공부하며 바쁘게 생활하는 아이들, 농촌아이들의 한가롭고 자연친화적인 풍경이 사뭇 부러울 것 같다. 산업화와 과학문명의 발달로 콘크리트 숲에 사는 아이들의 자연에 대한 그리움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시골 외갓집에 다녀오거나 일부러 다녀와야 그 곳의 풍경을 체감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자연에서 나오는 풋것들과 생명, 무논에 개구리소리와 밤하늘을 수놓았던 반딧불이의 군무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자꾸만 환경은 파괴되고 오염된 세상에서 사는 우리들, 농촌아이의 달력을 곰곰 들여다본다. 봄꽃이 피고 여름 냇가에서 멱을 감던 시절, 올챙이 뒷다리와 거머리를, 감나무의 까치밥을 알고 있는 친구들은 얼마나 될까? 농촌아이의 달력을 넘기며 계절의 변화를 새삼 느낀다.

 

 김헌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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