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정책 변화, 빈곤 문제의 대안인가?
자활정책 변화, 빈곤 문제의 대안인가?
  •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승인 2023.05.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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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지난 50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룬 경제성장은 실로 눈부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53년 한국전쟁 이후 76달러였던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현재 약 500배 증가했고 국내총생산(GDP)은 1953년 대비 무려 약 4만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적 같은 성장을 일구어낸 한국은 이제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자 수출 6위 무역 강국으로 국제사회에서 존재를 알리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한 압축성장의 뒷면에 신빈곤(new poverty)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과 문제가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 실업, 장애, 노령 등 전통적인 소득상실 위험과는 달리 신빈곤은 근로 빈곤(working poor), 상대적 빈곤, 구조적 빈곤 상황, 사회적 배제와 고립 등 복합적 특성을 함께 내포하는 위험이라는 점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문제는 빈곤 해결을 위한 정부의 복지정책과 노동정책의 실효성에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상대 빈곤율은 15.3%, 이 중 1인 가구는 빈곤율 무려 47.2%로 나타났다. 나아가 여성 1인 가구 빈곤율은 55.7%로 남성 1인 가구 빈곤율 34.5%보다 21.2%나 높았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1인 가구의 빈곤율이 무려 72.1%로 정부의 빈곤 문제 접근과 소득 양극화 해소에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일찍이 ‘생산적 복지’를 기치로 김대중 정부는 2000년 10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하며 저소득 빈곤층의 ‘최저생활보장’과 ‘자립기반조성’을 목표로 자활사업의 역사적 새 장을 열었다. 이후 지금까지 5번의 정권교체와 함께 대내외 환경변화 속에서 20여 년 이상 자활정책은 새로운 제도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급자’는 증가하고 자활 성공 지표인 ‘탈수급률’은 답보상태에 있다. 중앙정부의 하향식 자활정책이 빈곤과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질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이다.

이러한 상황은 전라북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제5기 전라북도지역사회보장계획」에 따르면, 전라북도의 빈곤율은 2021년 말 기준 6.4%로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높고 2020년 코로나 팬더믹 이후 빈곤 인구는 전년 대비 8.9%p 증가한 12.5만 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전라북도에는 5년 이상 장기수급가구가 35,021가구로 전체 기초생활수급가구의 41.8%를 차지하며 17개 시도 중 불명예스러운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지역 차원의 자활정책과 사업이 기능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이자 향후 탈빈곤 확대를 위한 자활기업, 자활사업단, 자활기금 등 전반적인 자활사업 재구조화가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분명 일을 통한 저소득 빈곤층 자립과 자활을 위해 추진되었던 자활사업이 ‘문제해결’보다는 ‘제도를 위한 제도’로 남아 근본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길을 잃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의 핵심은 중앙정부의 일자리정책이 맞춤형 고용복지 통합서비스로 변화하면서 그나마 근로 능력과 근로 의욕이 있는 자활사업 참여자가 고용노동부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으로 편입되어 자활사업 자체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변하지 않은 사실은 자활사업 첨병 역할을 하는 광역과 지역자활센터의 역할에 여전히 기댈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결국, 빈곤층 탈수급과 사회통합을 위해 광역자활센터와 지역자활센터 간 유기적 협력과 연계사업 강화는 지속 가능한 자활사업을 위한 당위적 명제이자 성공조건임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전라북도 자활생태계 조성을 위해 매년 일정액의 자활기금이 적립될 수 있도록 운영조례 또한 개정될 필요가 있다. 지역 중심의 민관협력이 사회적 질병과 같은 신빈곤을 예방하는 백신임을 잊지 말고 건강한 사회를 향한 우리의 희망 사항이 현실이 되길 응원해 본다.

최낙관<독일 쾰른대 사회학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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