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바람을 쏘여요
바깥바람을 쏘여요
  • 이길남 하서초 교장
  • 승인 2023.05.1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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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이길남 선생님의 즐거운 글쓰기

신록의 계절답게 산과 들이 온통 푸르다. 컴퓨터 업무를 하다가 눈이 피곤해지면 먼 산을 바라본다. 비 온 후 맑게 갠 산을 바라보는 일은 잠시라도 기분을 좋게 한다.

가끔은 누구나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일이 힘들면 쉬어가는 것이 마땅하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 보이는 일감도 시간을 길게 갖고 쉬어가면서 하면 대부분 해결되기 마련이다.

요즘 들어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까마득하게 보이던 천 리 길을 걸어야 하는 일은 출발하기도 전에 벌써 포기하고 싶은 일이다. 그래도 가야 하는 일이라면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떼어야 한다. 그리고 잘 도착하기 위해서는 미리 가야 할 길을 파악하고 준비물과 마음가짐도 단단히 챙겨 출발점에 서야 한다. 또 먼 길은 혼자서 가는 것보다 마음이 맞는 일행과 함께 가면 쉽다. 이래서 우리네 인생이라는 길에 동반자가 있으면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날마다 해가 뜨고 지듯이 우리는 매일 반복하며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일상이 시작되고 늘 반복하는 삶이라 지루해지기 쉽다.

우리는 언젠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오늘도 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더워지고 있는 날씨 속에서 가끔 올여름 휴가는 어떻게 쓸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말이다.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현장 체험이 학교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교실에 앉아 시간표에 맞춰 수업하다가 가끔 선생님, 친구들과 밖으로 나가 체험활동을 하는 일이 아무래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오전동안 현장 체험을 다녀온 아이와 복도에서 마주쳤다. 다른 날보다 반갑게 인사를 하기에 “○○아, 현장 체험 잘 다녀왔니?” 물었더니 “네, 엄청 재미있었어요. 로즈마리 허브 화분을 심어 왔는데 향기가 진짜 좋아요.”라며 자랑스러워한다. 아이는 향기로운 나날을 보낼 것이다.

바깥바람을 쏘인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다. 짧게 잠시 쉬는 시간이라도 실내를 벗어나 햇살을 받으며 바람을 느껴보는 일은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꼭 밖이 아니어도 하고 있는 일에서 자유롭고 싶을 때 다른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바깥바람 쏘이는 일과 같은 효과를 낸다. 예를 들면 텃밭으로 가서 모종을 심거나 풀을 뽑는 일이다. 퇴근 후 친구들과 만나 업무와 상관없는 대화를 하다 보면 내일 또 출근할 힘이 생기는 일도 비슷하다.

 

이길남 하서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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