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결산] 봄날의 영화 축제에 6만 5,900여 객석 들어차, 독립과 대안 정체성 공고히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결산] 봄날의 영화 축제에 6만 5,900여 객석 들어차, 독립과 대안 정체성 공고히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3.05.0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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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서 민성욱,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영화제 관계자들이 내년 영화제를 기약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김미진 기자)

관객수 코로나 이전 회복...축제 정체성 되찾아
대내외적 전주 알리기 겸허한 자세 필요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주제로 펼쳐진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 봄날의 영화 축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27일 개막식에서는 배우 팬 모두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마주하며 자유롭게 소통했고, 영화의 거리 쌈지 공간과 도심 곳곳의 스팟을 활용한 골목상영과 이벤트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화제가 ‘전주’의 자원을 십분 활용했다고 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열흘을 돌아보며 영화제의 성과와 과제를 점검한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총 좌석수 7만 9,425석 중 6만 5,900명의 관객을 확보(5일 데이터 마감 시간 기준)하며 7일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8만 5,900여 명으로 역대 최다 관객몰이를 했던 것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숫자지만, 지난해 5만 641명(오프라인 기준)과 비교하면 관객수가 상승해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서 민성욱,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영화제 관계자들이 주요 집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김미진 기자)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서 민성욱,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영화제 관계자들이 주요 집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김미진 기자)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의 선임으로 대안과 독립을 기치로 내건 전주의 정체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의 모습을 필름에 주로 담아온 세계적 거장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이 전주를 통해 처음으로 내한한 성과는 물론, 전주가 제작 지원한 ‘문재인입니다’를 비롯해 성소수자 이슈를 다룬 작품, 여성 현실을 다룬 작품, 인권 문제를 다룬 작품 등 전주가 지지하고 붙잡아왔던 키워드로 객석과 소통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는 7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서 “올해 영화제에는 42개국 247편의 영화가 상영됐다”며 “이 중에서 일반상영작은 총 538회차 중 370회차 매진으로 68.8%의 매진률을 기록했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VR 영화 매진율은 96.5%(86회차 중 83회차 매진) 였으며, 좌석 점유율은 83.1%로 집계됐다. 국내 단편영화만을 대상으로한 온라인 상영에서는 5일 자정 기준 3,724명의 관객을 모았다.

 가장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은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의 영화 ‘토리와 로키타’와 관련한 마스터 클래스, 관객과의 대화 등은 전회차가 매진됐다. 단순한 영화관람을 뛰어넘어 아카데미적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전주만의 경향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KAFA 40주년 특별전’은 총 21회 상영 중 13회차 매진되어 61.9% 매진율을 보였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100 Film 100 Posters 특별 전시(김미진 기자)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100 Film 100 Posters 특별 전시(김미진 기자)

 올해는 2,055명의 게스트가 전주를 방문한 가운데, 해외 게스트는 126명으로 나타났다. 선댄스, 로카르노, 마르세이유, 토론토, 산세바스티안, 마르델플라타 등 해외 영화제 관계가자 발걸음은 물론, 자비를 들여 방문한 게스트들도 상당수였다는 설명으로, 안정적인 틀을 갖춘 국제영화제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자평이 나왔다.

 전주국제영화제 산업프로그램인 ‘전주프로젝트: 넥스트에디션’에서는 국내 4편, 해외 4편을 대상으로 피칭을 거쳐 부라크 체빅 감독의 ‘Nothing in Its Place’, 문창용 감독의 ‘나디아’를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으로 결정해 각 1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작품은 내년 영화제에서 프리미어로 소개될 예정이다.

 또한‘전주시네마프로젝트’ 1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특별전에 대한 객석의 관심도 뜨거웠다. 초창기와 중기 작품들을 다시 꺼낸 ‘프로듀서로서의 영화제’ 특별전은 총 10회 상영 중에서 9회가 매진됐다.

 축제성 강화를 위해 ‘전주씨네투어’라는 이름으로 치러진 프로그램 중‘전주영화X산책’은 영화제 개막 전인 지난달 14일 첫 상영을 시작으로 전주도심 곳곳으로 파고들었다. 영화전문매체가 선택한 영화에 지역 뮤지션 공연이 더해져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고, 장소별 평균 539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이 프로그램은 5월 20일까지 이어진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펼쳐진 스타워즈 데이 퍼레이드(김미진 기자)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펼쳐진 스타워즈 데이 퍼레이드(김미진 기자)

 공연 기획사 유어썸머와 함께한 ‘페스티벌 SUM’에는 912명의 관객이 모였고,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 ‘스타워즈 데이’를 위해 마련된 전용 공간에는 4일 기준 1만 5,5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팔복예술공장에서 열린 100 Film 100 Posters 특별 전시의 현장 방문객은 5천여 명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주의 자원을 십분 활용했다고 보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일례로 스타워즈 퍼레이드도 대중에 인기가 좋은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지역의 무형유산인 전주기접놀이를 활용한 퍼레이드나 국내외 유명 카니발에서 인정받은 지역 청년 예술가의 콘텐츠 접목 등이 이뤄졌다면 지역성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전주 안팎의 “아직도 영화제를 모른다”혹은 “관심이 없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결산 기자회견에서 한 프랑스 기자의 “(오래 되었는데) 영화제를 몰랐다”는 지적에 대해 “영화계에선 알려진 영화제”라 응수하기 보다는 겸허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전주를 방문한 수천 여 게스트나 외신, 비 영화전문매체와도 영화적 소통 뿐 아니라 제대로된 전주를 알리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방법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제는 완성 형태의 영화제”라며 현재의 틀에 안주하기 보다는 4반세기의 역사를 앞둔 만큼 전주의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어떻게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 또한 영화제가 풀어야 할 숙제다.

 영화제는 7일 저녁 전북대삼성문회화관에서 레드카펫 행사, 공동집행위원장의 영화제 경과보고, 부문별 수상작 소개, 조직위원장의 폐막 선언, 폐막 공연 등 폐막식을 끝으로 내년을 기약했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식장에서 열흘 동안 동고동락한 지프지기들이 추억을 남기고 있다.(김미진 기자)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식장에서 열흘 동안 동고동락한 지프지기들이 추억을 남기고 있다.(김미진 기자)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사랑하는 전주시민과 영화팬, 450여 명의 지프지기와 120여 명의 사무국 스태프 직원들 모두가 있었기에 영화제가 잘 마칠 수 있었다”면서 “많은 영화인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작품과 많은 전주 시민을 만나며 배우 정준호에서 집행위원장 정준호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들 덕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우범기 조직위원장은 “선을 넘고 경계를 무시하고 새로운 도전을 지속하는 것이 바로 전주국제영화제의 색깔이다”면서 “우리는 열흘간 표현과 방식에 경계가 없는 상상력을 후회 없이 펼쳐냈고, 축제를 즐겨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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