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수 시인과 함께 읽는 책 놀이터 16-나무의 마음(이정록/단비어린이)
김헌수 시인과 함께 읽는 책 놀이터 16-나무의 마음(이정록/단비어린이)
  • 김헌수 시인
  • 승인 2023.05.0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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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마음/ 이정록/ 단비어린이

모과나무에 새순이 한껏 부풀었다. 소생하고 움트는 봄, 아이들과 근린공원을 산책하면서 연두로 치장을 한 나무를 보듬어 보았다. 같은 자리에 서서 늘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는 나무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산딸나무, 후박나무, 이팝나무, 화살나무, 조팝나무, 남천과 철쭉 무리들이 가득하다. 움직이지 못하고 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오래된 노거수와 여린 순을 끌어올리는 어린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가끔씩 왔다가는 사람들의 손길과 새집을 지어 같이 사는 새들의 왕래를 빼면, 가만히 서 있는 나무의 삶은 참 재미가 없겠다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내고 다시 새순을 돋우는 나무의 생애가 사뭇 다르게 보였다. 식물들도 감정을 느낀다는 이야기, 들어봤을 것이다. 반려식물을 키우고 노래도 틀어주고 잎도 닦아주기도 하며 정성스레 돌보는 일, 이런 정성을 들이며 풍성한 식물을 가꾸는 사람들이 많다. [나무의 마음]을 읽으면 우리가 눈물을 흘리듯 나무도 눈물을 흘린다. 사람이 슬프면 눈물을 흘리듯이 나무도 진물을 흘린다. 나무는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가끔은 그 고마움을 잊고 산다. 봄에는 예쁜 꽃과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가을에는 다양한 색으로 보는 즐거움을 주고 겨울이 되면 봄을 기다리는 강인함을 보여주며 우리 곁에 있다.

[나무의 마음]은 서정적이고 포근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1인칭 나무 관점으로 바라본 이야기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나무는 아프지만 견디고 사랑을 준다. 우린 나무를 보면서 계절의 흐름을 본다. 길을 걷고 산책을 하고 또 자동차를 타고 지나갈 때에도 수많은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산에 오르지 않아도 늘 자주 만날 수 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나무들을 한 그루 한 그루 자세히 들여다 본 일이 있는지, 병원에 가던 한 아이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길가에 있는 다친 가로수를 본 아이가 질문을 한다. “나무도 병원에 갈 수 있어요?”라고 말이다. 여러 질문을 이어가며 그 과정을 통해 나무도 아프고 나무에게도 마음이 있고, 나무도 말을 할 줄 알고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심지어 나무와 풀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나무를 가두고 몽둥이로 때리고 나무가 몸부림치는 것을 컴퓨터로 확인한 적도 있다고 한다. 아픈 나무들은 병원으로 실려 가고 그곳에서 또 다른 아픈 나무들과 치료를 받는다. 나무병원은 아픈 나무들을 잘 돌봐주고 서로 가족이 되어간다. 아이와 아빠는 나무사이를 걷는다. 아이가 궁금한 것을 아빠에게 묻는데, 아빠의 멋진 답변이 좋았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알아주고 나무를 살뜰히 챙기는 마음에 공감해주고, 환경과 자연에 대한 문제를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아빠의 모습이 멋져보였다.

나무의 마음이 우리들 모두의 마음이다. 나무도 사람처럼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나무와 타인의 아픔에 너무 둔감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나무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면 다른 모든 사물과 사람에 대하여 함부로 상처주고 아프게 하지 못할 것 이다. 세상을 향해 가지를 뻗는 나무처럼 화해하고 사랑의 새싹을 돋게 하는 힘을 느꼈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의미와 가치, 자연을 소중히 생각해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하지 않아도‘나무’라는 자연물을 통해 자연과의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나무를 보고 나무를 아끼고 나무를 사랑하고 그렇게 가족이 되는 거야. 가족은 그런 것이다.”라는 책속의 문장을 읽어본다. 무성하게 뿌리를 내려 푸른 잎을 울창하게 뻗어내고 있는 나무를 보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김헌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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