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감사의 손편지
사랑과 감사의 손편지
  • 김호경 진안교육지원청 교육장
  • 승인 2023.05.0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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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 진안교육지원청 교육장

 며칠 전. 책상 서랍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딸에게 썼던 손편지다. ‘엊그제만 같은데, 아장아장 걷던 우리 공주야! 너는 자라면서 우리 가족에게 큰 기쁨이었단다. 그러니 효도는 다 했단다. 고맙다. 이제는 커서 든든한 딸로 곁에 있어 주어 참 고맙다.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해도 네가 있어 엄마, 아빠는 항상 힘이 난다. 행복하단다. 사랑해!’

 5월이다.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여러 기념일이 있다. 어린이 교육을 위해 30년 넘게 전념한 나이기에 어린이날은 참 많은 의미로 다가온다. 그들의 순수한 영혼을 일깨우는 일에 보람을 가졌던 세월이었다. 스승의 날 역시 그렇다. 누군가에게 진정한 스승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 이 땅에서 묵묵히 그 길을 가는 많은 스승들이 있어 고마운 마음뿐이다.

 5월의 여러 날 중 가장 큰 의미 있는 날은 ‘어버이날’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이 세상에 안 계신 우리 부모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부모님의 아들로 산 세월과 아이들의 부모로 산 세월이 교차하면서 새삼 어버이날마다 만감이 교차하기도 한다.

 여러 기념일마다 사람들은 선물을 준비한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고 다들 바쁘다는 이유로 상품권이나 간단한 문자메시지로 마음을 대신하기도 한다. 마음 담은 선물을 준비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정성을 직접 표현하며 함께 소통하는 것이 더 가치 있고 더 의미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본 부모들은 기억할 것이다. 빼뚤빼뚤한 글씨를 그림과 함께 그려온 아이들의 축하 카드나 편지들을 말이다. 그 어떤 선물보다도 우리를 활짝 웃음 짓게 만들던 선물이 아니었던가! 삶의 모습들이 점차 대화와 소통이 뜸해지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손안에 들려진 핸드폰 속으로만 고개를 떨구고 있는 요즈음이다.

 또박또박 눌러쓴 손편지에 의미를 두는 것이 어쩌면 구시대의 낡은 이야기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전히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라고 여기기에 나는 아직도 손편지 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편지지를 고르고 어떤 펜으로 쓸 것인지 생각하는 동안에 편지를 받는 이를 생각하는 마음과 정성이 오롯이 담겨진다. 마음을 차분히 하지 않으면 짧은 한순간이라 하더라도 글씨는 잘 써지지 않는다. 때에 따라서는 옆에 한 송이 꽃을 그려 넣거나 하트를 그려 넣는 행동조차도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아무리 부모 자식간이라 하더라도 서로 염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자주 표현하지 않는다면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적극적인 표현만이 상대에게 나의 진심을 전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말로 하는 표현이 서툰 경우도 많은데 글로 표현하는 것은 덜 쑥스러울지도 모르겠다.

 5월의 여러 기념일에는 서로에게 손으로 쓴 편지와 정성이 담긴 작은 요리, 함께 손잡고 거닐며 추억을 만드는 소소한 선물로 행복과 사랑을 가득 채우면 좋겠다. 자꾸 노력하고 연습해야 만이 표현하는 방법도 더 세련되고 다양해질 것이며 감동의 감도도 더 커질 것이다.

 인성교육이라는 것도 이렇게 가정에서부터, 학교에서부터 시작된 작은 연습에서 출발하여 아름다운 가치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사람에 대한 귀함을 알고 표현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인성교육 아니겠는가. 우리 손안의 작은 손편지에서부터 사랑과 감사와 희망이 싹틀 것으로 생각한다.

 김호경<진안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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