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 캐릭터로 소통하기
만화영화 캐릭터로 소통하기
  • 박영삼 전주 예수병원 유방갑상선혈관외과 과장
  • 승인 2023.05.0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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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삼 전주 예수병원 유방갑상선혈관외과 과장
박영삼 전주 예수병원 유방갑상선혈관외과 과장

“와!!! 5월이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라난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와!!!”

나이가 50이 넘었지만 지금도 5월이 되면 어린이날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괜히 기분이 들뜨고,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가 되는 날이다. 우리 아이들은 커서 어린이가 아니지만, 그래도 어린이를 보면 귀엽고 뭔가 하나라도 챙겨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 외래는 유방갑상선 전문이어서 아이들이 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가끔 목에 림프절이 콩알처럼 만져진다고 오던지, 엄마 진료를 따라 보호자로 병원에 오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에게 병원은 아픈 사람이 있고, 주사가 있는 무섭고 가기 싫은 장소인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오면 어른들은 스마트폰으로 긴장을 풀어주는 경우를 종종 본다.

나도 아이들이 진료실에 들어오면 최대한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한다. 눈높이를 맞추어 반갑게 인사를 한다든지, 미니 초코바나 시원한 음료수를 주기도 한다. 또한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만화 캐릭터의 얼굴을 그려준다. 처음에는 꺼벙이 얼굴을 그려주었는데, 아이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그다음으로 둘리 얼굴을 그려주었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부모님들은 둘리를 바로 알아보는데 아이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요즘 인기있는 뽀로로를 그려주려 노력하는데, 꺼벙이나 둘리보다 어려워 시간이 좀 더 걸렸다. 조금 빨리 그리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작은 동그라미 5개(고글과 입)와 큰 반원 두 개(얼굴과 헬멧)로 뽀로로의 얼굴을 그리니, 그래도 알아볼 정도가 되었다. 얼마 전에 어린 여자아이가 와서 작은 동그라미 5개와 큰 반원 2개로 뽀로로 얼굴을 빠르게 그려주었더니 “와~ 뽀로로다” 하면서 크게 만족하는 미소를 지으며, 그림을 품에 꼭 안고 문밖을 나가는 모습을 보니 왠지 큰 챌린지를 성공한 것 같았다. 환자와 면담하는 것보다 어린 보호자에게 더 집중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가슴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요즘 연습하는 캐릭터는 자두 엄마 얼굴과 어릴 때 아들의 모습이다.

병원 집행부를 찾아가는 일이 가끔 있다. 커피 테이크아웃컵 종이 홀더에 꺼벙이나 둘리, 뽀로로, 자두 엄마, 또는 아들의 얼굴을 그리고, 말풍선에 ‘항상 감사합니다.’ ‘덕분에 넘 행복합니다.’ from. 032(영삼이) 등의 문구를 적어가면 대화의 분위기가 좋아진다. 또한 회진을 돌던지, 병원 일을 할 때, 지쳐 보이는 후배나 동료가 있으면, 잠깐 커피 타임을 가지면서 종이 위에 캐릭터를 그리고, 말풍선에 “힘들지?”“파이팅! from. 032.” 하면 대화의 분위기도 좋아지고, 상대방의 마음을 한결 덜어 주는 것 같다.

외과에 전공의들이 들어오면 축하해주는 입국식이라는 행사가 있다. 몇 년 전부터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입국하는 전공의들의 얼굴을 그려 넣은 액자를 선물로 주고 있다.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 여자 전공의들이 조금 난감할 때가 있기는 하지만 나름 소중한 선물로 인정해주는 것 같다. 만화 캐릭터나 전공의들의 얼굴을 그릴 때마다 부족한 점이 보여 그림과 캐리커춰를 시간 내서 좀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만화 캐릭터나 캐리커처도 나에게는 환자나 주변 동료와 좀 더 잘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인 것 같다.

박영삼<전주 예수병원 유방갑상선혈관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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