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단연 화제의 뉴스는 지난해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75주년 특별상을 받은 거장 다르덴 형제 감독의 내한이다.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감독은 벨기에에 살고 있는 아프리키 출신의 어린 이민자들 우정과 실상 그린 ‘토리와 로키타’로 전주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두 형제 감독은 27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우선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에 오지 못했던 일정을 이번에 전주에서 영화제를 통해 올 수 있게돼 기쁘고 행복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한국에는 유명한 거장 감독들이 많아 영화로만 알고 있었는데, 직접 눈으로 한국에 대해서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왔다”고 기대했다.
‘토리와 로키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임에도 사람들 앞에서는 남매라고 말하며 서로에게 의지하는 아프리카 출신의 열한 살 토리와 열여섯 살 로키타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식당을 운영하는 베팀이라는 남자에게서 마약을 받아 소비자들에게 배달하고 수고비를 받으며 악착같이 살아가지만,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영화는 폭력에 노출된 유럽 내 어린 이민자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소수자와 여성, 비정규직 문제를 주로 그려온 다르덴 감독의 전작의 흔적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신문기사를 통해 수백 명의 미성년자, 아이들이 유럽으로 넘어오게 되면서 알게 모르게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기사에는 미래가 매우 어둡다는 결론이 쓰여있었다”면서 “오늘날 어린아이들이 사라져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고, 지금까지는 한 번도 해본적 없는 이야기를 해보자, 두 아이의 우정을 그려보자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쓰게됐다”고 밝혔다.
뤽 다르덴 감독은 “대마를 만드는 세트는 경찰 마약반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의 도움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면서 “친구들이 마리화나 재배지에서 갱단을 잡았을 때 촬영했던 사진 몇 장을 보여주었는데 이를 통해 영감을 받아 세트를 만들 수 있었고, 현존하는 마리화나 재배지와 흡사하다고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뤽 감독은 “영화의 주인공은 어린이다. 더군다나 부모가 없어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자인데, 외국인이라는 점이 이들을 더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간다”면서 “한국의 관객뿐 아니라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토리와 로키타의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외국인으로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우리는 외국인을 보고 겁을 먹는 경우도 많은데 친구인 외국인 아이, 두 사람을 보여 주는게 이번 영화의 목적이었다. 둘 사이의 우정과 빛, 이 영화를 보고 적이 아닌 친구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