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 문화재생산업으로 지역소멸 극복
업사이클링 문화재생산업으로 지역소멸 극복
  • 천선미 전라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 승인 2023.04.2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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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미 전라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버려지는 깡통이나 페트병이 악기가 되었다. 특이한 악기가 소리를 내는 순간, 사람들의 감탄과 웃음이 터져 나온다. 바다에 버려진 그물은 생활예술로 재탄생되며 사람들의 시선을 한곳으로 모은다.

 사람·공간·도구가 결합한 제주도 업사이클링 예술창작 공간 ‘이아’의 모습이다. 조선시대 행정관청 명칭인 이아(貳衙)를 따서 만든 이 공간은 1910년 제주도립병원이 이전하면서 남겨진 건물을 재활용해 문화예술공간으로 탄생했다.

 영국의 사례도 살펴보자. 토트넘과 리버플은 축구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리버플의 어셈블(Assemble)단체는 버려진 주유소를 영화관으로 만들거나, 폐시설인 설탕 공장을 문화공간으로 변화시켰다. 또 폐업한 공중목욕탕을 개조해 ‘골드스미스 현대미술센터’를 탄생시키며 주민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인구 유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리버플의 재생 사례와 제주도의 업사이클링 사례에서 보듯, 문화적 재생은 그 지역의 새로운 문화관광 자원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문화 재생에 주목하며 다양한 재생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전주 팔복예술공장은 카세트테이프 공장을 전주시가 사들여 2018년 창작 레지던시와 문화예술 교육 공간으로 조성하였고, 군산은 일제강점기 역사의 현장인 군산항역, 폐철도, 조선은행 등 건물 및 공간을 재활용하여 예술창작공간, 근대문화 체험 및 테마거리로 탈바꿈하여 새로운 문화관광산업으로 연계한 사례다.

 이런 가운데 민선 8기 전라북도는 업사이클링 사업을 통한 ‘전북 아트컬쳐 플랫폼’ 구축에 집중할 계획이다. 오는 2026년까지 총 450억원을 투입해 창작거점 공간 20개소 등 업사이클링 문화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아트컬쳐 플랫폼 구축사업은 △주민·예술가가 함께하는 지역 커뮤니티 조성 △지역 특화 자발적 문화공간 조성 △열린 문화공간 조성 △지속가능한 업사이클링 문화산업 발전을 목표로 한다.

 폐산업시설을 리모델링하여 예술인들이 창작공간으로 활용할뿐만 아니라 작품을 전시, 판매, 체험까지 연결할 수 있는 거점 공간으로 조성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청년 예술가에게는 창작, 교육, 연습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을 구상해 나갈 예정이다.

 앞서 제주도와 영국의 사례는 문화공간을 ‘자원의 재생’에서 찾고 있다. 앙리 베르그송이 말한 호모 파베르(Homer Faber)의 정신에서도 사람은 ‘도구를 만드는 인간’으로 정의하고 있다. 버려진 도구의 재활용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큰 힘을 발휘한다. 사람 중심의 문화를 재생산하는 것은 단순히 버리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문화의 공존을 통해 가치있는 재생산업으로 활용하는 부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면 예술가들은 창작활동 공간의 임대료 상승으로 떠나야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도시재생에서 오는 역기능으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사례에 해당한다. 따라서 빈 공간 재활용으로 창작공간을 확대하는 전략은 예술인들에게 저렴하고 안전한 창작공간을 마련해주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특히 청년 예술가들의 경우는 더 그렇다.

 더불어 지역소멸 극복과 연계한 생활인구 확충에도 한 몫을 기대한다. 작가들의 창작과 전시, 체험 공간이 관광산업으로 이어지도록 지방정부의 발 빠른 대응도 필수적이다. 전라북도가 ‘지역 문화 재생’과 산업, 인구문제와 연결 짓는 이유이기도하다. 삶과 문화가 공존하고 문화적 다양성이 살아 숨쉬는 지속 가능한 미래가치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라북도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천선미 <전라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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