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배우는 마음 공부, 화분이나 텃밭 가꾸기가 좋아요
자연에서 배우는 마음 공부, 화분이나 텃밭 가꾸기가 좋아요
  • 이길남 하서초 교장
  • 승인 2023.04.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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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이 따사롭다. 교실 창가에 놓여있는 작은 화분 속마다 새싹들이 돋아났다. 지난 식목일에 아이들이 밖에 나와 선생님과 함께 화분 속에 작은 돌을 넣고 흙을 채우고 씨앗을 심어서 만든 작품이라 새싹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화분에는 식물 이름, 심은 사람, 심은 날짜가 적혀져 있고 어떤 모습으로 자랄 것인지 싸인펜과 색연필로 정성껏 그림도 그려져 있다.

아마 이 화분 주인이 되는 아이는 아침에 교실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창가에 가서 자신의 식물에게 인사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해바라기, 봉숭아 같은 꽃과 상추, 토마토, 오이, 강낭콩과 같은 채소, 곡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던 어느 날 쏙 올라온 초록 싹을 보고 아이는 얼마나 반가웠고 자랑스러웠을까.

갈수록 교실에서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화초를 키우거나 텃밭 가꾸기를 하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 어릴 때부터 식물을 키우다 보면 아이의 심성이 고와지는 것은 당연하다.

혹시라도 깜박하고 물을 안 주었을 때 시든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고 잎이 무성하던 강낭콩 줄기에서 꽃이 피고 콩꼬투리가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일은 자연에서 배우는 마음공부가 된다.

올해 학교 텃밭에는 무엇을 심을 것인지에 대한 선생님들 간의 대화가 한창이다. 작년에 심어본 경험이 있는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옥수수를 수확해서 함께 옥수수 삶아 먹고 가정에도 나눴더니 참 보람이 있었다고 한다. 옥수수는 키가 크니 학교 울타리 안쪽에 심기로 하고 그 앞쪽으로 열매가 잘 달리는 오이, 방울토마토를 심어보기로 한다.

동시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식물 가꿔본 경험을 이야기해 보고 생각나는 장면 하나를 떠올려 시를 써보도록 했다.

초록 싹이 올라오는 모습에 기뻤던 장면, 방울토마토를 많이 따서 친구와 나눠 먹었건 기분 좋았던 장면이 글이 되어 나온다. 또 직접 키우지는 않았지만, 학교에 있는 커다란 살구나무에서 딴 살구를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먹었던 달콤한 기억들이 시가 되었다.

감동을 받았던 순간의 기억은 오래 간다. 올해도 아이들이 어릴 때 직접 심어 키워본 꽃이나 열매에 대한 소중한 기억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길남 하서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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