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상상하기(23) - 우리 학교만의 빛깔 찾기
작은 학교 상상하기(23) - 우리 학교만의 빛깔 찾기
  • 윤일호 장승초 교사
  • 승인 2023.04.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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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대 중반, 우리 교육에 북유럽 열풍이 불던 때가 있었다. 하도 북유럽 교육을 이야기하기에 나도 한 번쯤 다녀와야겠다 싶었다. 북유럽 학교 탐방을 하면서 무엇보다 우리의 교육 현실을 돌아볼 수 있어 좋았지만 아쉬움도 컸다. 그 가운데 교육 사상가에 대한 생각이 그랬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유럽은 많은 학교가 교육사상가의 이름을 걸고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프레네학교가 그렇고, 발도르프학교가 그러하며, 몬테소리학교가 그렇다. 어디 그뿐인가? 러시아에는 톨스토이학교가 있고, 수호믈린스키의 전인교육론도 제법 알려져 있다.

 여러 교육사상가 학교에 대해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만 해도 제법 많다. 철학부터 원칙이나 사례까지 책으로 잘 안내되어 있다. 스웨덴 미머학교에 갔을 때도 그 학교의 교장은 프레네 교육사상에 대해 자랑스럽게 20여 분을 할애해서 안내해주었다. 또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우리나라에도 발도르프학교가 있고, 프레네 사상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고 알고 있다. 물론 훌륭한 철학을 따르고 아이들에게 바른 교육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학교 탐방을 하는 내내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떠나지 않는 생각은 ‘왜 우리는 우리 교육사상가가 있음에도 자랑스러워하지 않고, 알리지도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친 해석일 수 있겠지만 우리 것은 낮게 보고, 다른 나라의 것은 더 높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프레네나 루돌프 슈타이너, 몬테소리, 수호믈린스키 같은 분들은 근대교육을 한 단계 발전시킨 훌륭한 사상가가 틀림없다. 또한 그분들의 철학이나 원칙이 훌륭하고 보편타당함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도 우리만의 사회, 문화와 정서 그리고 환경이 있고, 나고 자란 우리 교육사상가가 있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있었고, 권근, 이황, 이이가 있었으며 가까이는 도산 안창호 선생도 있었다.

 그리고 최근으로는 이오덕 선생이 있었고, 김수업 선생도 있었다. 하지만 몇몇 교육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분들의 교육 철학을 제대로 소개한 책을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교육학의 범주를 넘어 여러 교육사상가의 철학과 생각을 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북유럽처럼 그분들의 이름을 걸고 학교 철학과 원칙,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정약용 학교, 이황 학교, 안창호 학교, 이오덕 학교 이렇게 말이다. 우리 공교육이 교육 수준의 평등에서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뚜렷한 성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학교마다 빛깔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저마다 아이들은 다르고, 학교도 빛깔을 다르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사상가의 생각과 철학을 밝히고, 그 위대한 사상을 실천하는 것은 우리들 몫이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외국의 것을 배척하지 않고, 잘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을 가진 민족이었다. 외국의 좋은 교육사상을 받아들이되 우리의 것을 찾고, 좋은 생각들은 나누었으면 좋겠다.

 위대한 종교가와 철학가가 통하듯이 우리 위대한 교육사상가의 생각과 철학을 ㅤㅉㅗㅈ다 보면 아마도 유럽 교육사상가들의 생각이나 철학과 비슷하거나 다른 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장승학교 교육과정에 일하기(체험) 중심 교육과정은 이오덕 선생이 밝혀놓은 삶과 믿음의 교실에 담긴 철학을 최대한 담으려고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우리 말 쓰기, 학급문집 만들기 그리고 수평적 학교 문화에 대해서도 학교 구성원이 서로 동의하고, 교육과정에 담았다.

 최근 전북형 미래학교가 어떤 철학으로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지 생각한다면 과거 우리 교육사상가들이 어떤 철학과 가치를 고민했는지 살피면서 체계를 세워가는 것도 나름 뜻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북유럽 학교를 탐방하면서 정약용 학교, 안창호 학교, 이오덕 학교가 우리나라에도 생겼으면 얼마나 좋을까 더욱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이름을 걸기 힘들다면 우리 교육 문화와 정서에 맞게 교육 철학과 가치, 사상을 담으면 될 일이다.

 

 장승초 교사 윤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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