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본이 지난 30년 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우리는 일본이 지난 30년 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 이원택 국회의원
  • 승인 2023.04.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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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택 국회의원<br>
이원택 국회의원

1993년 10월, 러시아는 핵잠수함에서 나온 냉각수 등 저준위 액체폐기물 900톤을 일본 홋카이도섬 서쪽 540km 떨어진 바다에 버렸다. 일본 국민은 분노에 들끓었고 일본주재 러시아대사관 앞에 몰려가 연일 항의시위를 이어갔다.

당시 호소카와 모리히로 일본 총리는 보리스옐친 러시아 대통령을 도쿄로 초청하여 항의하였다. 방사성 폐기물 방류는 이웃 국가는 물론 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러시아는 추가로 버리기로 한 핵폐기물 800톤 해양방류를 중지한다고 발표하였다.

일본 정부는 93년, 96년 런던협약 개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핵폐기물 해상방류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만들었다.

30년이 흐른 지금,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137만 톤을 30년 동안 해양에 방류하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17일 방일 중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방류 관련 질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일본 교토통신이 보도하였다.

대통령실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현재까지 이를 보도한 교토통신에 대한 고발조치나 정정보도 요구를 하지 않았고, 외교부는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하여 강력 항의하는 외교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한국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기 전에 일본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어야 했다. 30년 전 일본 총리가 러시아 대통령을 불러 강력히 항의하였던 것처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이니치 신문은 한일 정상 간 후쿠시마 인근 멍게 수입 재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보도하였다. 대통령실은 정상 간 대화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국민 1인당 수산물 소비 세계 1위 국가인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불안하다. 국민들은 원전오염수로 인한 방사능에 노출된 수산물을 먹게 될까 두렵다.

전국의 87만 어민들과 수산업 종사자들은 생존권 위기에 내몰렸다. 후쿠시마 원전오염수로 인한 국내 수산물 소비위축과 국내 수산업에 미칠 파장이 어떻게 될지 하루하루 불안하다. 향후 국내 수산업의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지난 4월 6일 발표한 IAEA 모니터링 TF 4차 보고서에 의하면 해양방류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분위기다. 보고서에 의하면 일본 도쿄전력의 오염수 내 방출 전 측정 대상 핵종 선정방식과 관련해 핵종별 측정 및 분석결과를 반영했으며, ‘충분히 보수적이면서도 현실적’이라고 평가하였다. 또한, 도쿄전력의 환경모니터링 프로그램이 포괄적이라는 점에 동의했으며, 환경모니터링 대상 핵종에 대한 설명과 정당성을 수용했지만 몇 가지 추가적인 검토사항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조만간 IAEA의 최종보고서가 발표되면 후쿠시마 원전오염수의 해상방류가 시작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지금이라도 당장 국제해양재판소에 잠정조치 후 제소 등의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주변국의 동의 없는 원전오염수 해양방류는 런던협약 및 국제해양법 위반 소지가 충분하다.

윤석열 정부는 30년 전 일본이 러시아를 상대로 “방사성 폐기물 방류는 이웃 국가는 물론 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논리로 핵폐기물 추가방류를 저지한 것처럼, 똑같은 논리로 집요하게 일본 원전수의 해양방류를 막아내야 한다.

한국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전에 일본 정부를 향해 이웃 국가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고 강력항의하는 것이 정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원택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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