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의 종말
지역 대학의 종말
  •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 승인 2023.04.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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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푸르른 봄날은 말 그대로 ‘청춘’(靑春)과 잘 어울린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에 모교가 아닌 전혀 상관없는 대학교의 티셔츠를 입으면 기분이 좋다고 썼다.

하루키의 말처럼 티셔츠는 입지 않더라도 벚꽃잎이 휘날리고 스무살 청춘들의 웃음소리가 퍼지는 ‘남의’ 대학 교정을 걷는 일은 즐겁다. 중·고등학교 입시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시작하는 대학은 봄날과 함께 청춘의 친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서울로 대학을 다닐 때 거닐었던 교정은 아니지만 집 주변 대학 교정을 산책하다 보면 23학번이 된 느낌이 든다.

대학 새내기 시절 전공 서적을 싸들고 강의실을 찾아 헤맸던 일, 학생회관을 돌아다니며 어떤 동아리에 가입할지 고민하던 일, 처음 가는 MT에 신이 나던 일, 첫 학기 성적표를 받고 낙담했던 일 등이 스쳐 지나간다. 20여년전만 하더라도 아직까지 대학은 지성인들이 학문을 탐구하는 장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었다. 비록 신자유주의가 캠퍼스에 스며들고는 있었으나 그래도 낭만이 있었다.

01학번 ‘아재’가 다니던 대학과 23학번 ‘MZ’의 대학은 분명 다르다. 신자유주의를 넘어 이젠 각자도생의 시대로 가고 있고, ‘상아탑’이라는 말도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 ‘취업사관학교’, ‘취업률 1위’라는 홍보도 낯설지 않다. 인구수도 줄고 있다. 청년이 없다. 대한민국 전체로 놓고 볼 때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무엇보다 지방 소재 대학들은 지방 소멸 위기와 함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사라져 갈 것’이란 농담은 현실이 되고 있다. 수도권 집중화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현상이다. 2011년 수학능력평가 응시생은 66만여 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44만여 명으로 감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 예상치에 따르면 2024년도 응시자는 41만명 남짓이 될 것이라고 한다.

전북지역 대학들은 비상이다. 전국적인 학령인구 감소세에 지역 청년 인구 감소세가 맞물려 신입생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종로학원의 조사 결과 정시 경쟁률 3대1 미만 대학교는 5교로 집계됐다. 올해 도내 4년제 대학들의 경쟁률을 보면 전북대(4.87대 1)를 제외하고는 군산대(1.74대 1), 우석대(1.45대 1), 원광대(2.38대 1), 전주교대(2.05대 1), 전주대(2.13대1) 등으로 집계됐다고 한다(전북도민일보 2023. 1. 26.자 기사 참조).

지원자수가 줄면 대학들은 등록금 등 수입이 감소하게 된다. 자본주의 시장 법칙상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지만, 지역인재 확충과 장기적으로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지역대학 30곳을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하여 각종 지원과 혁신전략을 제공하여 1개교당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로 인한 인구 소멸과 일자리 감소라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역대학들도 유사 학과를 통폐합하고 지역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활로를 모색한다고 하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봄날 캠퍼스엔 졸업생들의 취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취업된 곳을 보면 전북에 있는 기업은 드물다. 또는 공무원 시험 합격정도다. 결국 지역인재를 품어줄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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