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지역구 조정은 주민의 의견이 우선되어야
국회의원 지역구 조정은 주민의 의견이 우선되어야
  • 박희승 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
  • 승인 2023.04.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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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
박희승 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수와 지역구를 조정하고, 어떤 선거구제를 채택할 것인지 등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적정한 국회의원 수는 얼마인지 지역구 조정은 어떻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는 4. 13. 내년 4월 진행되는 22대 총선 선거구획정안 법정제출기한을 지키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획정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13개월 전인 지난 10일까지 선거구획정안과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어야 하지만 국회 정개특위가 지역 선거구수 및 시·도별 의원정수 등에 관한 여·야 합의가 늦어지면서 획정위 사무도 미뤄진 것이다.

획정위는 선거구획정이 늦어지면 입후보예정자의 피선거권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알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다는 입장문 등을 내었지만, 역대 총선을 살펴보면 선거 직전에야 선거구가 확정된 경우가 많았다. 18대부터 21대까지 보면 대개 선거 40일 전후에 선거구가 확정됐다.

학창시절에 게리멘더링(gerrymandering)이라는 단어를 재미있게 배운 적이 있다. 특정 정당이나 특정 인물에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게리(E. Gerry)가 1812년 자기 소속 정당인 공화당에 유리하게 의원 선거구를 조정하였고, 그 모양이 그리스 신화에 나온 ‘샐러맨더(불도마뱀)’와 같은 기형적인 선거구가 만들어진 것을 풍자하여 게리멘더링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이후 게리멘더링을 극복하기 위해 법률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선거구 법정주의가 등장했고, 행정부에 의한 자의적 선거구 획정은 사라졌다. 하지만, 의회 내 거대 정당 간의 담합에 의한 자의적인 선거구 조정으로 군소 정당이 반발하는 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각 당의 의견이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농촌이 대부분인 전북은 지역대표성을 높이는 소선거구제로 갈 가능성이 크다. 2014년 헌재 결정에 따라 의원 선거구 상한과 하한의 비율은 2:1로 되어 있으나, 구체적인 의원 선거구수는 국회 정개특위에 맡겨놓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비춘 22대 국회의원 선거의 인구 상한선, 하한선(상한 271,042명, 하한 135.521명)에 따르면 전북의 10개 선거구 중 남원·임실·순창과 김제·부안 선거구는 인구 하한선에 미달되어 다른 선거구와 합쳐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남원·임실·순창의 경우 완주·무주·진안·장수 지역구와 재조정을 거쳐 남원·임실·순창·장수 지역구와 완주·무주·진안 지역구로 나누는 방안과 남원·무주·진안·장수 지역구와 완주·임실·순창 지역구로 나누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견해들이 나뉘는 주된 이유는 남원·임실·순창 지역구 출마예정자나 유권자들보다 완주·무주·진안·장수 출마예정자나 유권자들 중심으로 특히 인구가 많은 완주를 지지기반으로 가진 후보들이 남원·임실·순창 지역구를 임의적으로 분할하려고 시도를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동안 여러 번 지역구가 변경되었던 임실 유권자들의 마음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9~12대 때는 남원·임실·순창이 중선거구제로 하나의 지역구, 13~15대 때는 남원, 임실·순창이 각각 하나의 지역구, 16대 때는 남원·순창, 완주·임실이 각각 하나의 지역구, 17~19대 때는 남원·순창, 임실·무주·진안·장수가 각각 하나의 지역구였고, 20대 때부터 남원·임실·순창이 하나의 지역구로 되었다.

오래전부터 남원·임실·순창은 인접 지역으로서 하나의 선거구를 형성해왔는데 인구감소에 따라 특히 임실이 완주, 무진장으로 붙었다가 다시 남원·임실·순창으로 제자리를 잡은 것이다. 앞서 게리멘더링을 언급했지만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인위적 지역구 획정은 유권자들의 많은 반발을 일으킬 것이다.

10만 명당 1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독일식을 따라 국회의원수를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현 체재를 유지한다면 남원·임실·순창에다 생활권이 비슷한 장수를 하나의 선거구로 만들고, 인구가 늘어나는 완주를 중심으로 진안·무주를 합쳐 하나의 선거구를 만드는 것도 유권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박희승<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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