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정책 변화의 시작은 패러다임의 재정립부터
저출생 정책 변화의 시작은 패러다임의 재정립부터
  • 윤준병 국회의원
  • 승인 2023.04.12 15: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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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병 국회의원<br>
윤준병 국회의원

작년 기준 출생아 수 25만명 선이 무너지고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 기록이다. 지난 2018년부터 줄곧 OECD 회원국 중 유일한 0명대 합계출산율 국가. 바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지난 십수년간 역대 정부들은 저출생 극복을 중심의제로 다뤄왔다. 지난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시작으로 현재 제4차 계획에 이르기까지 17년간 저출산에 쏟아부은 예산만 무려 32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저출생은 심화되고 인구위기 대응 효과는 미미하다.

그 원인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저출생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피드백이 없었고, 컨트롤타워도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저출생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철학 없이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만든 단편적이고 주먹구구식 정책만을 답습했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서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작성하고 수립하는 주체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명시되어 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선 수립과정에서 다양한 분야들을 관장해야 하고 다수 부처들이 참여하는 만큼 보건복지부 장관은 주무장관으로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로 저출생 기본계획 수립 의무를 부여받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자신은 저출생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답변했다. 저출생 정책의 주무장관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저출생 정책 전체를 지휘·조정할 책무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윤석열 정부가 저출생 문제에 얼마나 안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저출생 문제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책은 기가 찰 정도다. 국민의힘은 저출생 대책으로 30세 이전에 세 명 이상 자녀를 낳는 경우 남성의 병역을 면제하고, 자녀 수에 따라 증여세를 차등 면제하는 정책들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한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 초혼 연령을 보면, 남성은 33.7세, 여성은 31.3세다. 여성이 첫째 아이를 낳는 연령도 33.4세다. 반면, 대한민국 성인 남성은 늦어도 30세 이전에는 군입대를 해야 한다. 평균 결혼연령이 30대로 높아진 상황에서 20대에 아이를 세 명 낳으면 병역을 면제해주겠다는 발상은 현실을 제대로 직시조차 못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증여세 면제 역시 물려받을 재산이 있는 이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초부자 감세의 일환일 뿐, 결코 저출생과 인구위기를 해결할 대책이 될 수 없다.

과거에는 출생이 가계의 자산이자 소득원, 노후보장으로 작용했다면, 지금은 주거와 일자리, 보육과 교육 등으로 이어지는 부담으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의 인식으로 현재를 재단해서는 안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지금이라도 그동안 답습했던 저출생 정책의 패러다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출생이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편익은 어느 정도인지, 또 출생부터 사회구성원으로서 경제활동을 시작할 때까지 소요되는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기본적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결혼과 임신, 출산과 보육 등을 위해 국가가 부담해야 할 국가재정의 한계가 산정될 수 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실효적인 제도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기업문화, 믿고 맡길 돌봄시스템의 공백, 수억원에 달하는 아파트값, 비싼 사교육비 등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에서 단돈 몇 십만원이 저출생 해결의 묘안이 되기는 어렵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인구영향평가’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부정책들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과정 속에서 저출생과 인구위기에 따라 변화하는 영향을 예측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소득과 고용 모두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유연하게 노동시간을 활용하면서 소득도 보장받는 ‘공정임금제’ 도입과 사이버대학 졸업자 등에게 채용과정에서 보이지 않게 작용하고 있는 차별과 진입장벽 극복 대책 마련 역시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저출생 문제 극복이 국가의 존망을 결정짓는다. 실효성 있는 과감한 처방이 필요하다.

윤준병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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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2023-04-13 15:07:25
사상 최대로 아파트,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킨 민주당이 할말은 아니지. 먼저 사과부터 하고 헛소리를 하던가 말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