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방제와 재정분권에서 특별자치도의 미래 찾는다
독일 연방제와 재정분권에서 특별자치도의 미래 찾는다
  • 조봉업 전북도 행정부지사
  • 승인 2023.04.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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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업 전북도 행정부지사<br>
조봉업 전북도 행정부지사

 독일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했지만 단기간에 고성장을 이뤄내며 세계 4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독일의 눈부신 발전의 이면에는 패전 직후 진행된 미국의 ‘마셜플랜’이라는 서유럽 원조프로그램과 함께 자국민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다.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1990년 독일은 통일도 이뤄냈다. 통일 이후 정치·경제·사회 분야에서 일시적 갈등과 소요도 있었지만, 적절한 개혁과 유로존 도입 효과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거듭하며 유럽 최강국의 자리에 올랐다. 실제로 지난해 말 독일의 1인당 GDP는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을 압도하고 있다.

 독일의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희망적이다. 유럽의 싱크탱크인 베델스만 재단이 지난 2017년 유럽 주요 6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9%의 독일 응답자는 국가발전 방향에 가장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가 36%, 영국이 31%에 그친 데 비하면 월등히 높다. 2년 후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느냐에 대한 질문에도 독일인은 34%가 그렇다고 답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무엇이 독일경제를 강하게 하고 국민들을 희망적으로 만드는가. 필자는 독일의 연방제에서 그 비결을 찾는다. 독일은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간 권한이 명확히 배분돼 있고, 재정에서도 수직?수평적 배분과 조정이 이루어져 있다. 또한 지방정부의 연방정부 입법권 참여도 보장돼 있다.

 먼저, 독일 기본법 제70조 제1항을 살펴보면 “기본법에서 연방에게 입법권이 있다고 명시되지 않는 한 주가 입법권을 갖는다”라고 돼 있다. 이는 연방과 주정부 권한이 ‘보충성의 원칙’하에 명료하게 배분돼 있음을 뜻한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외교?안보?통화?재정세제 등에서 배타적 권한을 갖고, 주 정부는 교육?문화?경제산업?사회복지 등에서 포괄적 입법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의 일상은 사실상 주 정부가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둘째, 재정 배분이 분권적이고 형평적이다. 1단계로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원의 배분이 연방과 주정부 간에 대체로 50대 50의 비율로 이뤄진다. 주정부 간 재정 불균형이 발생 시에는 2단계로 ‘주재정 균등화(state finance equalization)’라는 개념 아래 재정이 풍부한 주가 재정이 열악한 주를 직접 지원한다. 필자가 방문한 작센주의 클레멘스 국무장관은“작센주는 바이에른주로부터 직접 지원을 받는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독일 국민은 어디에 살든지 공정하고 평등한 재정서비스를 받고 있다.

 셋째, 연방 상원제를 통해 지방정부의 입법권 참여가 확실하게 보장돼 있다. 연방 상원은 별도의 선거를 치르지 않고 16개 주정부에서 파견한 대표자로 구성된다. 주 인구규모에 따라 3명에서 6명까지 상원 수가 할당된다. 연방대통령은 연방상하원으로 구성된 연방 총회에서 선출된다. 주정부 권한에 영향을 미치거나 헌법적 변화를 가져오는 법률은 반드시 연방상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연방상원은 연방중앙정부와 연방하원에서 주정부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약화시키는 법안에 대해서 확실한 견제 역할을 하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자치권 강화를 통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내년 1월에는 전북특별자치도가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전라북도는 고도의 자치권을 바탕으로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앞에 서 있다.

 독일의 연방제와 재정분권이 우리나라와 전북특별자치도가 추구해야 할 미래 방향에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라북도의 특성을 반영한 독자적이고 특별한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자율성은 키우고, 재정적으로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지역주민의 의견을 가까이서 경청하는 전북특별자치도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봉업<전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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