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행복은 국가 성공의 조건
국민 행복은 국가 성공의 조건
  •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승인 2023.04.0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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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글로벌 지구촌에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은 우리 스스로 놀랄 정도로 격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영역에서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상변화와 함께 국민 행복과 삶의 질 또한 동반상승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통계청이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는 이러한 의구심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통계청은 OECD 국가들과 비교를 통해 한국인의 삶의 질이 객관적 지표(시민참여, 주거, 교육 등)에서는 상위권이나, 주관적 지표(공동체, 환경 등)에서는 OECD 41개 국가 중 38위로 매우 낮은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삶의 질 저하가 국민행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국민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도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결론을 먼저 제시하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가시권에 두고 있고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여전히 낮게 평가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국제 행복의 날’을 맞아 UN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간한 「세계행복보고서 2023」(World Happiness Report)는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도’가 10점 만점에 5.951점으로 조사 대상 137국 중 57위임을 밝히고 있다.

OECD 38개국으로 범위를 좁히면, 대한민국은 35위로 그리스와 콜롬비아, 튀르키예에 앞서고 있을 뿐이다. 반면 행복도 1위는 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한 핀란드(7.804점)이며 그 뒤를 이어 덴마크,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 룩셈부르크, 뉴질랜드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자랑하는 ‘스칸디나비안 복지국가’들의 초강세가 눈에 띈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본 「세계행복보고서」가 인구 상위와 하위 두 집단 사이의 행복 격차분석을 통해 그 격차가 작을수록 국민이 느끼는 행복이 더 크다는 사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결과 한국의 행복지수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과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한국의 사회적 불평등 수준은 OECD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보다 소득이 약 7배 더 높아 OECD 평균 5.4배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여전히 남녀 간 임금격차도 OECD 평균(12.9%)의 약 3배(34.6%)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세계행복보고서」는 더 나아가 한국인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사회적 지원 부족’을 들고 있다. 즉, ‘어려움이 생겼을때 의지할 수 있는 친구나 친척이 없다’는 한국인 비율이 19.2%로 이는 OECD 조사대상 41개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자 OECD 평균 8.6%보다 2배 이상이다. 인구 5명 중 1명이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저신뢰의 사회환경과 높은 불평등 수준은 한국인의 행복지수와 주관적 삶의 만족도를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UN이 이번 보고서 서문에서 밝힌 “국가의 성공은 국민 행복도에 의해 평가돼야 하며, 행복이 각국 정부 운영의 목표가 되게 하기 위해 이 같은 보고서를 발간해왔다”는 취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대한민국은 아직 국민행복이 ‘미성숙한’ 국가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낮은 출산율과 높은 자살률은 한국사회가 얼마나 불행한지를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 아니겠는가? 인간이 느끼는 행복감이 단순히 경제적 성과만으로 연결될 순 없다. 진정한 행복이 따뜻한 관계 속에서 비롯되는 ‘공동체의 산물’이자 ‘시민적 에너지’임에 동의 한다면, 이제 우리는 국가의 경제적 성장에서 국민의 행복으로 대한민국의 성공좌표를 수정해야만 한다.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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