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을’ 재선거 단상
‘전주을’ 재선거 단상
  •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 승인 2023.04.0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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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전국에서 유일하게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였다. 그래서 전국적으로도 ‘전주을’ 표심의 향방에 관심이 쏠렸다.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 미니총선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도 붙었다.

그러나 전국 뉴스의 반열에는 올랐지만 정작 지역 유권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사전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인 10.57%에 그치면서 본 선거 역시 30% 미만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평일에 치러진 선거였고 궂은 날씨 또한 투표 의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였다.

역시나 26.8%의 낮은 투표율로 전체 유권자 16만 6천 922명 가운데 1만 7천 382표가 당선을 결정지었다. 역대급 무관심이고, 대표성이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일찍이 프랑스 사상가 장자크 루소는 “대의제 민주주의는 선거를 할 때만 주인이고 선거가 끝나면 노예가 된다”고 설파한 바 있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안타깝게도 많은 유권자들이 주인 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해버렸다.

투표율이 낮으면 민의보다는 조직력에 의해 승패가 판가름나기 마련이다. 민주당의 무공천과 무소속 후보들의 난립으로 유권자들의 진정한 표심이 드러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념논쟁과 위장전입 의혹, 전과 경력, 흑색선전 등으로 고소 고발이 난무하고 정책과 공약, 인물 경쟁은 자취를 감춘 선거였다.

‘전주을’은 20대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를 당선시킬 만큼 정치적 유연성을 보인 곳이다. 그래서 더욱 진보당 후보의 약진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강성희 후보는 선거 초반에는 거의 무명으로 출발했지만 중반을 지나면서 오차범위 내에서나마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진보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21명을 당선시킨 여세를 몰아 이번 재선거에 당차원의 총력을 기울였다. 전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이 아파트 단지, 천변 산책길 구석구석을 훑으며 주민들과의 접촉면을 늘렸다. 진보당의 생활밀착형 자발적 선거운동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인 것이다. 1년 남짓의 잔여 임기 역시 진보당에 기회를 준 계기가 되었을 수 있다.

반면, 전주 발전을 위해서 집권당의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여당 대표는 ‘여당 후보가 당선이 되면’ 전북의 낙후된 철도와 도로를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을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했다. 조건부 지원을 꺼내면서 애당초 대선 때의 약속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선거 직전 대광법(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국회 상임위 단계에서 발목이 잡힌 상태다.

최근 유튜브를 비롯한 SNS가 선거와 정치에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지역 선거가 전국화되어가는 측면이 있다. 이번 선거는 특히 전국적인 관심으로 말미암아 지역의 이슈에 더욱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역구 의원은 지역과 지역민을 대변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 지역에 필요하고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바를 잘 파악해서 국가의 정책이나 예산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소속 정당과 상관없이 원팀을 이루어서 지역의 현안 해결에 손을 맞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수적 열세로 인한 불이익이 많은 지역에서 지난 3년은 국회의원 9명으로 지역 현안을 풀어야 했다. 그동안 정치력의 부재, 역부족이라는 단어들은 전북 정치에서 언론의 단골 소재였다.

이제 우여곡절을 거쳐 부족한 한 석이 채워졌다. 그러나 겨우 몇 달 후면 다음 총선을 또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실질적 임기는 올 국정감사까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짧지만 강하게, 전북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한 석의 힘이 적절히 보태지기를 기대한다.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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