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Beyond) K-소프트파워
비욘드(Beyond) K-소프트파워
  •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3.04.0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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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 나라의 국력은 정치, 경제, 문화 세 측면에서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종합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드파워(hard power)는 군사력이나 경제적 제재 등으로 외교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두 국가간의 하드파워 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을 대상으로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여러 국가들에게 무역제재를 시행하였는데 이것은 미국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하드파워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소프트파워(soft power)는 1980년대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과 더불어 대두한 미국 쇠퇴론을 반박하기 위해 1990년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조지프 나이(Joseph Nye)가 고안한 개념이다. 소프트파워는 설득의 수단으로서 정치적 권력, 경제적 제재, 군사적 조치 없이도 매력을 통해 세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문화’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경제일간지 <레제코(Les Echos)>는 한국 소프트파워 7대 기둥으로“ 케이팝, 드라마, 영화, 한식, 뷰티, 테크놀로지, 한국어”를 손꼽으며 한류 현상을 분석하였다. 케이팝은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를 필두로 전 세계 유행을 넘어서 판매, 스트리밍, 파리에 등장한 노래방을 통해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케이 드라마의 경우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시리즈로 기록되었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오늘날 스트리밍 플랫폼은 모든 종류의 한국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다. 케이 영화의 경우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을 받았고, “한류우드”라고 불리는 한국 영화산업은 미국 영화산업과 경쟁을 벌일 수 있는 몇 국가 중의 하나가 되었다.

한식의 경우 김치, 비빔밥, 떡볶이 등이 세계 미식가들의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점점 서양 음식 속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셰프 펜슬(Chef’s Pencil)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음식은 인스타그램에서 1,439,000개의 태그를 받아 네 번째로 인기 있는 음식으로 조사되었다. 전통과 현대 사이의 케이 뷰티도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서양식 미가 기준이 되면서 하얀색 피부와 유럽형 외모가 인기를 끌었으나 이제는 한국인들의 예쁜 미모를 갖고 싶어 한국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은 최첨단 테크놀로지의 나라다. 한국은 2019년 5G 서비스를 상용화한 첫 번째 국가다. 한국은 2021년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2021년 한국어는 언어 학습 플랫폼 듀오링고(Duolinguo)에서 일곱 번째로 가장 많이 학습된 언어다. 2019년 전 세계에서 30만 명의 학생들이 한국어 능력 시험인 토픽(Topik)을 치렀다. 이는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조세프 나이 교수는 소프트파워 개념의 세 가지 원천은 “한 나라의 문화와 국내 영역의 가치, 외부에 정당하게 비쳐지는 국제정책”이라고 말한다. 그는 “미국은 소프트파워를 많이 지니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핵심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트럼프 행정부 4년 동안 봐왔던 하드파워 정책의 어려움을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한다. 한편 나이 교수는 “한국은 대단한 경제적 성공과 활기차고 성공적인 민주주의 결합이 한국 소프트파워의 원천이고 문화에서 소프트파워를 잘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우리가 케이 소프트파워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우리 시대의 당면 문제들인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분열과 양극화, 혐오와 공존 등을 한국적이면서도 힙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전 세계의 젊은 층이 한국문화에 매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케이팝이 국제 사회의 문제를 젊은 층에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고 더 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사상가 노자(老子)가 눈이 많이 내린 아침 숲을 거닐다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굵고 튼튼한 가지들이 눈의 무게를 구부러짐이 지탱하고 있다가 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부러진 것이다. 반면에 이보다 가늘고 작은 가지들은 눈이 쌓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휘어져 눈을 아래로 떨어뜨린 후에 다시 원래대로 튀어 올라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 깨달음은 다름 아닌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는 것이다. 부드러움은 자신을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을 낮춰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좋은 것을 취한다.

케이 소프트파워는 물처럼 부드럽기 때문에 어떤 모양의 그릇을 만나도 가득 채울 수 있다. 다양한 환경에 적용 가능한 케이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안보를 넘어 기후변화와 전염병 대응 등 지구적 어젠다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그래야 케이 소프트파워는 지속가능하고 국익에 도움이 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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