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 ‘주말농장’
[초대시] ‘주말농장’
  • 이형구 시인
  • 승인 2023.04.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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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농장’

 

 

호밋자루가

부지런을 떨고 있다

서너 평이나 될까,

여기도 파 보고 저기도 콕콕 찍어 본다

상추와 얼갈이에 고추 서너 포기

배추 몇 포기도 이사를 왔다

열무도 심어야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울토마토도 있어야지

 

헛손질 하는 머리 속에

어머니 손끝에서 자란

찬거리 이름들이 가득하다

가끔은 어머니의 안부보다

먹거리 찾아 시골로 달려간다

 

어머니의 검정 고무신이

텃밭 돌담을 부산하게 넘는다

무엇을 그렇게 담았을까

소쿠리에 가득한 정이

색 바랜 보루박스를 조금씩 채우고 있다

 

아무렇게나 걸친 저고리 위로

내가 쏙 닮은 얼굴

 

주는 것밖에 모르는 삶

여전히 가슴 조아리는 애잔한 눈빛

활처럼 등골이 휘어지고

자글자글 주름진 세월이 전부다

 

주말농장 모퉁이

어설픈 호밋자루가

뻐근한 허리를 곧추 세우며

그렁그렁 회한을 한다

 

이형구 시인

이형구 <시인 / 법무사>

* 1955년 전북 순창 출생.

  2001년 계간 공무원문학 가을호에 등단,

  한국문협, 전북문협 부회장, 전북시협,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중앙회원 및 전북지부, 전주시 문협, 한국미래문화연구원 원장, 가톨릭 전북문우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민국 공무원 문인협회 전북지부장, (사)한국생활법률문화원 이사장, 전라북도지방법무사회 회장, 시민을 위한 생활법률 칼럼리스트, 대마도반환 범국민운동본부에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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