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많이 보는 것
봄에는 많이 보는 것
  • 이길남 하서초 교장
  • 승인 2023.04.0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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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실컷 보여주세요

사방이 봄꽃 전시장이다. 산수유, 매화부터 개나리, 진달래, 수선화, 목련, 벚꽃, 동백꽃이 벌써 피고 또 지고 있다.

이름을 다 알 수 없는 수많은 들꽃도 조그마한 꽃들을 한창 피우는 중이다.

힘들었던 추위와 기나긴 코로나의 시기를 잘 보낸 보상이라도 받는 듯 올봄에는 꽃이 더 풍성하고 예뻐 보인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학교 마당을 거닐며 꽃구경을 해본다. 살구나무, 매화가 구름같이 피어나고 샛노란 민들레꽃, 개나리꽃이 등불을 켠 듯 환하다.

학교 텃밭은 올해 농사 준비를 위해 땅을 고르고 거름도 해두었다.

식사를 마친 몇몇 아이들이 나를 보더니 함께 다닌다. 아이들은 내가 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꽃에는 별 관심이 없다.

매화꽃에 날아든 벌들의 붕붕 대는 소리에 깜짝 놀라 한바탕 비명을 지르고 도망치기가 한창이더니 풀밭 사이에 난 토끼풀 무더기에 앉아 네 잎 클로버를 찾느라 바쁘다.

“앗싸~” 소리에 가까이 가보니 한 아이가 네 잎 클로버를 하나 찾았다고 자랑이다. 함께 있던 아이들이 더 열심히 눈을 부릅뜨고 찾는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난다.

겨우내 꽃망울로 버티던 동백꽃들이 따스한 봄볕에 너도나도 활짝 피었다. 너무 성급했는지 벌써 다 피우고 땅으로 떨어진 꽃들이 안타깝다. 아쉬운 마음에 한 송이씩 줍고 있노라니 함께 다니던 아이 한 명이 한 송이를 주워준다. 내 마음을 같이 느끼고 있는 아이가 대견스럽다.

노랗게 말랐던 잔디가 초록으로 달라지고 풀밭에는 쑥도 나고 냉이도 올라왔다.

햇살이 따사로운 봄날을 이렇게 보내고 있자니 저절로 마음이 흡족해진다.

“교장 선생님, 우리 동시 공부는 언제 해요?”

5학년 아이 한 명이 반가운 말을 한다.

아이들과 하는 동시 공부는 동시를 쓰기도 하고 시 외워보기, 동시 따라 써보기, 시화 그려보기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신문을 가져다가 글자를 찾아 오려서 문장을 완성해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올해도 아이들이 지은 시에 각자가 그린 삽화를 넣어 작품집을 만들어 볼 예정이다.

주제는 따로 정해주지 않지만, 아이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글을 쓰기에 아이의 진로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5교시 시작종이 울리자 아이들이 바삐 교실로 뛰어간다. 참 좋은 봄날이다.

 

이길남 하서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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