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 의해 또 막힌 ‘전북의 하늘길’
미군에 의해 또 막힌 ‘전북의 하늘길’
  • 문승우 전북도의원
  • 승인 2023.04.0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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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우 전북도의원

2022년 7월 27일 오전 8시 47분 제주공항을 출발해 약 1시간을 비행한 뒤 군산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던 진에어 항공기가 예정보다 1시간 이상이 흐른 후 착륙했다. 군산공항 활주로에 있던 미군 전투기 때문에 군산공항의 활주로가 폐쇄돼 광주공항으로 회항했다가 뒤늦게 착륙한 것이다. 당시 진에어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 178명은 정확한 사정을 알지 못해 크게 당황했음은 물론이다.

전북의 유일한 하늘길인 군산~제주 노선이 2023년 4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5개월간 닫힐 예정이라고 한다. 활주로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주한미군이 활주로 보수와 민항 구역 시설 개설 공사를 이유로 군산공항을 폐쇄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도민들이 받을 불편을 우려한 전라북도는 주한미군 측에 공사 기간 단축을 요구했지만 ‘대대적인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통보만 받고 돌아서야 했다.

군산공항에선 대체 왜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곤 하는 것일까? 군산공항은 주한미군의 주둔지 가운데 하나로 군산공항의 소유주는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이기 때문이다. 군산의 미 공군기지 주소는 놀랍게도 미국 캘리포니아주다. 주한미군은 우리 땅을 빌려 쓰면서도 군사구역에 따른 활주로 이용에 관한 모든 사항을 통제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정부와 전라북도가 군산공항 이용에 어떤 결정권도 행사할 수 없는 기형적인 상황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주인이 객이 되고, 객이 주인이 되어버린 이런 슬픈 현실의 배경엔 이른바 ‘주한미군지위협정(한미SOFA)’이 있다. 주한미군은 이 협정에 근거해 대한민국에서 우월적 권리를 행사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이 감당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간 학계와 시민사회 등에서 한미SOFA의 불평등성을 지적하며 지속적으로 개정을 요구해왔지만, 미국의 반대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번 군산공항 폐쇄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불안정한 전북의 하늘길’ 때문에 도민이 겪고 있는 불편을 해소할 방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군산공항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군산공항 활성화를 위해 우선 미군과 주기장(駐機場) 활용을 위한 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주기장은 공항에 착륙한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을 일컫는 말로, 쉽게 말해 차고지와 비슷한 말이다. 군산공항을 주기장으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아침 6~7시에 군산발 첫 비행기가 뜰 수 있기에 도민 불편 해소와 군산공항 활성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군산공항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은 한미SOFA 개정에 달려 있다. 그런 만큼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한미SOFA를 개정하는 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국은 자주 “한미동맹은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태평양 전체 안보”의 핵심이자 구심점이라며 한국은 ‘공동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꼭 필요한 동반자’라고 강조해왔다. 정부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미국의 표현이 수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진정한 동반자 관계는 평등 국가의 입장에서 맺은 군사동맹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설파하면서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21세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정 추진에 걸맞게 한미SOFA를 손봐야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

군산공항 문제는 단순히 ‘전북의 하늘길’과 관련된 사안에 국한하지 않는다. 군산시민들의 재산권과 행복추구권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군산시민들은 수십 년간 국가 안보라는 대의명분 속에서 행복권 침해와 재산권 침해를 숙명처럼 여기며 살아왔으니 말이다.

이제는 전북의 ‘안정적인 하늘길’을 열고 수십 년간 흘러온 군산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때다. 주한미군에 의해 전북의 하늘길이 또다시 막히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문승우 <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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