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고 무지하고 게으른 조선인
더럽고 무지하고 게으른 조선인
  • 이정덕 전북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4.02 15: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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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덕 전북대 교수
이정덕 전북대 교수

윤석열 대통령은 3.1절 기념식에서 “오늘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가해자의 잘못은 지적하지 않고 피해자가 문제라는 발언을 해서 깜짝 놀랐다. 피해자가 약하면 가해자가 지배하는 것이 순리라는 뜻일까? 가해자가 가해를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자신의 약함을 반성해야 하나?

일본제국은 한반도를 점령하면서 조선인들은 더럽고 무지하고 게으르기 때문에 스스로 발전할 수 없는 민족이라는 생각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서 퍼트렸다. 그래서 조선을 당파투쟁과 분열로 정체되어 있고, 부패하며, 무속신앙이 득세한 미개한 나라로 묘사했다. 문명국 일본이 미개한 조선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했으며 조선인들이 이를 인정하고 찬동하여 평화적으로 합병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지배를 통해 조선이 발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일본의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고 있고, 일본인 다수는 그렇게 믿고 있다.

물론 이는 순 거짓말이다. 이러한 논리는 서구제국들이 아메리카나 아프리카나 아시아를 식민지로 정복할 때도 사용했던 논리이다. 무지하고 미개한 나라나 민족을 발전시켜주기 위하여 또는 개척하기 위하여 식민지로 삼았고 결국 자기들 덕분에 그래도 식민지가 미개상태에서 벗어나 발전하게 되었다는 거짓말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 이들 제국은 자신의 국민에게도 미개한 식민지를 점령하여 발전시켜 줬으며 식민지인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했다는 내용을 지금까지도 퍼트리고 있다.

자기나라에 불리한 내용은 교과서나 역사학자들도 대체로 언급하지 않는다. 식민지의 저항세력들은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상한 사람들이거나 범죄자로 묘사했다. 식민지로 삼으면서 저항하는 집단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진압하였고 일상적 통치과정에서도 살인과 폭력을 적극 사용했다는 사실이나, 저항세력을 적극적으로 분열시켜 서로 싸우게 만들었다는 사실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신들은 법에 따라서 범을 위반한 범죄자나 테러리스트에게 무력을 사용하거나 체포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법 내용 자체가 식민지배를 위한 것이며, 또한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적용했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는다.

제국은 제국에 도움이 되는 세력들을 열심히 키우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한국에서는 친일파들이, 인도에서는 친영파들이, 베트남에서는 친프랑스파들이 제국을 도와주었다. 이들은 자신의 나라를 정체된 나라라고 믿어 제국을 따르거나 도와야 자신의 나라가 발전한다고 생각했다. 친제국파들은 제국의 떡고물인 지위와 부을 얻게 된다. 물론 핵심적인 이익은 제국이 가져간다. 그래서 식민지인 대다수는 가난해졌다.

식민지가 해방된 이후에도 제국들은 식민지배를 철저히 반성하고 사과하는 경우는 드물다. 식민지에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경우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피상적으로 사과하고 그친다. 대체로 식민지가 자체적인 문제가 있어 식민지로 추락했으며 식민지 기간 동안 제국인 자신들이 식민지를 문명화시켰다고 주장한다. 교과서에도 그렇게 쓴다. 그 결과 제국의 국민들 다수가 자신들의 식민지배가 식민지를 문명화시켰다고 믿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일본사람들은 대체로 한국의 식민역사문제 제기나 독도문제는 한국 측이 잘못하거나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한국을 계속 도와주었는데, 한국이 일본을 정치적 목적으로 공격한다고 생각한다. 현재도 영국사람들은 대체로 인도에 문제가 있어 식민지배를 했으며 영국의 식민지배가 인도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인도 경제사학자는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배하면서 45조 달러어치를 수탈해갔다고 계산했다.

이정덕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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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2023-08-29 17:06:57
윤석열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윤 대통령은 국민을 무시해도 분수가 있지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면 1+1도 모르는 미개한 국민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그리고 국민을 향해 ‘도대체가 과학이라고 하는 건 1+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니까.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또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윤 대통령, 우리 대통령 맞나?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면 '미개한 국민'이며 그리고 '반국가세력'이란 말인가? 그리고 윤 대통령이 누구와 싸운다고?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안심시키는 지도자의 말은 한마디도 없는 것이 무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