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의 물리학자들은 머지않아 우주의 모든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그러나 기존의 물리학을 송두리째 뒤엎는 혁명적인 이론이 바로 제기되어 주목을 끌었다. 그 중 하나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시간과 공간에 관한 새로운 이론이다.
고전물리학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절대시간과 절대공간으로 여겼다. 시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빨라지거나 느려지지 않으며, 공간 또한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러던 1905년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론이다. 정지한 사람의 입자에서 볼 때, 움직이(멀어져 가)는 물체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시간은 점점 더 천천히 흐르게 된다는 것이다.
야구선수가 시속 150km의 속도로 공을 던진다고 하자. 정지해 있는 사람이 볼 때, 그 공의 속도는 시속 150km이지만, 공과 같은 방향으로 시속 100km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에게 있어서의 공의 속도는 50km가 된다. 그러고 보면 정지해 있는 사람의 1시간(60분)과 100km로 움직이는 20분과 등가(等價)를 이루게 되니, 이런 논리로 본다면 ‘움직이지 않고 정지해 있는 사람의 60살과, 100km로 움직이는 사람의 20살이 같은 시간대에 이루어진다는 등식이 성립된다고 볼 수 있다.
지구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날아가는 우주선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우주선 안의 시계는 지구에 있는 사람의 시계보다 늦게 가고, 반대로 우주선 안에 있는 사람이 볼 때, 우주선 밖에 있는 물체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지구에 있는 시계가 천천히 흐르게 된다는 결론이다. 시간과 공간(물체)은 속도에 따라 이렇게 우주의 곳곳에서 다르게 흐르고 있으니 우리네 삶도 그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
또 하나, 아인슈타인에 의해 밝혀진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다. 모든 물체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데, ‘물체의 질량과 에너지는 근본적으로 동등하다‘(E에너지=m물질×c속도2)’는 것이다. 에너지가 열량을 가진 물질로도 변환이 가능하고, 물질이 다시 에너지로도 변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에너지와 질량 사이에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여 왔다. 더구나 정지한 물체가 가지는 에너지 값은 아예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19세기에 물리학자들은, 자연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에는 유형의 질량과 무형의 에너지(힘, 빛, 열, 소리 등)로 구성되어 있는데, 질량에는 그만큼의 에너지가 생성되어, 원자의 배열이 바뀌더라도 원물질의 총 질량과 생성 물질의 총 질량이 같다는 것이다.
모든 물체(m)는 ‘정지 에너지’(rest energy)를 가지며, 그 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우리가 1kg의 돌을 들어 올리려면 1kg의 운동에너지가 사용되고, 1kg의 장작을 태우면 1kg의 열에너지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모든 질량과 에너지는 소멸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질량불변의 법칙’이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란, 에너지의 한 형태가 다른 형태로 변화할 때, 에너지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법칙이며, ‘질량불변의 법칙’이란 “모든 물질은 그 크기와 형태에 있어서는 변할 수 있어도, 총 질량은 결국 변하지 않는다는 법칙이다.
이러한 법칙들이 의미하는 바는 한결같다. 화학반응 전후에서 원물질을 구성하는 성분은 이후 다른 물질의 성분으로 변할 뿐, 결코 무(無)에서 새로운 물질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도덕경」에서 말하는 ‘천하만물 생어유(生於有)하고 유생어무(有生於無)라’, 곧 천하만물은 유(有)에서 생겨나고, 유(有)는 무(無)에서 생겨난다-는 천지의 순환 이치와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고 보면 불교에서 말하는 색즉시공(色卽是空)도 ‘질량불변의 법칙’이요, 공즉시색(空卽是色)이 곧 ‘에너지 불변의 법칙’과도 상통하고 있는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세계, 이게 바로 현대 물리학에서 증명하고 있는 불생불멸하는 자연의 순환 법칙이 아닌가 한다.
김동수 <시인/전라정신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