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의 ‘기본질서 지키기’ 정착을 기대하며
노동현장의 ‘기본질서 지키기’ 정착을 기대하며
  • 윤진식 전북공인노무사회 회장
  • 승인 2023.03.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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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현장도, 노정 갈등도 기본지키기 정신을 유지해야 해결이 가능할 것
윤진식 신세계노무법인 대표
윤진식 신세계노무법인 대표

몇 년 전에 고용노동부는 이른바 ‘3대 기초노동질서’를 산업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하여 대대적인 캠페인을 실시한 바 있다. 즉 ‘임금체불 예방, 최저임금 준수, 서면 근로계약서 작성’ 등을 노동현장에 정착시키자는 것이다. 그리고 작년에는 여기에 하나의 항목을 더 추가하였는데 그것은 ‘임금명세서 교부’이다. 즉 이제 ‘4대기초노동질서 확립’이 새로운 과제로 도입된 것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하였더라도 교부하지 않았다면 500만원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금명세서 교부는 임금계산방법, 임금구성항목, 공제내역 등을 기재한 임금명세서를 매 임금지급시 교부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게 된다. 이 과태료는 한 사업장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근로자 1인당 처벌기준이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할 정도의 과태료가 부담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는 내용이다.

사실 근로계약서 작성은 고용관계의 출발이면서 향후 발생 될 수 있는 노동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업장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나 영세사업장 등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비율은 61.6%에 달했고, 작성된 근로계약서를 교부 받지 못한 경우도 42%나 됐다고 한다.

고용노동부에서 이러한 ‘근로계약서 서면 작성과 임금명세서 교부의무’를 확립해야 할 기초노동질서에 포함하여 계도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즉 고용관계가 성립될 때 근로조건을 상호합의하여 결정하고, 이렇게 합의된 근로조건을 불이행할 경우 임금체불이 발생하거나 기타 다른 문제가 발생이 되어 사업주가 처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금명세서 교부의무’ 역시 그동안 노동분쟁에서 각종 수당산정 방식과 법적 성격으로 인하여 분쟁이 너무나 비일비재하게 발생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분쟁 최소화를 유도하고 노사가 신뢰할 수 있는 토양을 갖추기 위하여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초질서 내용’이 된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이제 사회적인 분위기가 부모와 자식 간에도 ‘효도계약서’를 작성하고, 결혼 전 ‘혼인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부모와 자식 간, 부부간의 효도와 사랑이 도덕과 양심, 신뢰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하물며 노동과 임금을 매개로 하여 상호 채권·채무관계를 확정하는 법률관계이고, 실정법에서 범죄시하여 처벌까지 하고 있음에도 불이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행위라 할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 더하여 ‘사회보험 가입하기’를 추가하여 ‘5대기초노동질서확립’을 주장하고 싶다. 채용이 되었는데도 사회보험 납부 부담을 이유로 가입을 기피하는 영세사업장이 많기 때문이다. 고용된 근로자들은 사회보험 미가입 사실을 알고도 사업주에게 가입을 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눈치만 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제 시대는 전근대적인 노동관행을 가지고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하나의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사업주는 법규범을 존중하여야 하고, 가장 기본적인 의무사항부터 이행하여야 한다. 서면 근로계약서, 임금명세서 교부, 사회보험 가입, 체불임금 예방, 최저임금 준수’, 이러한 노동현장의 기초질서가 확립될 때 노동분쟁은 현저하게 줄어들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노총과 정부 간의 끝없는 갈등 상황을 바라보면서 이러한 ‘기본지키기’의 정신을 다시 생각해본다. 즉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 정부의 노조에 대한 방향성의 고민이 필요하고, 노조는 노동자의 민주적 결사체로서 민주적 운영이라는 그 기본정신이 현장에서 실재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는, 그 기본정신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윤진식 <전북공인노무사회 회장/신세계노무법인 대표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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