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키오스크’, 디지털 약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편리한 ‘키오스크’, 디지털 약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 승인 2023.03.2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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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나는 할 줄 모르니까 돈 줄테니 그냥 원하는 거 줘요’ 주말 산책길에 잠깐 들렀던 카페 앞에서 벌어진 일이다.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춘 프랜차이즈 카페였는데 출입문 입구의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받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지 유난히 길게 줄을 선 사람들로 입구가 북적였다. 필자도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 그 때 줄 앞 쪽의 한 노인이 키오스크 앞에서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한참동안 머뭇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내 줄을 선 사람들의 표정은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고 심지어 수군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노인은 차라리 돈을 줄테니 음료를 달라고 했고 점원은 안 된다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차였다. 다행히 다음 순서였던 한 여학생의 도움으로 문제는 가까스로 해결되었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비단 카페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다.

 사실 요즘 음식점, 마트, 주차장, 패스트푸드점 등 우리의 일상생활 어디서나 키오스크 주문이 대세다. 가히 ‘키오스크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요식업 분야의 키오스크 운영 대수는 2019년 5,479대에서 지난해 2만1,335대로 3.89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급속도로 진행된 비대면 디지털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키오스크가 모든 사람들에게 편리성을 안겨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키오스크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디지털 취약계층이 바로 그렇다. 이를테면 시각장애인, 키가 작은 어린이나 휠체어 등 보행기구 사용자, 디지털 기기에 미숙한 노인 등 말이다. 이들과 같이 소위 디지털 취약계층은 음식점 주문이나 티켓 구매 등 실생활과 직결되는 영역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지금부터라도 키오스크 기기의 편리성과 아울러 접근성을 높이는데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다. 키오스크 표면에 이용방법을 자세히 안내 한다든가 노인들도 쉽게 주문할 수 있도록 폰트크기를 크게 하는 등의 기본조치 같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바야흐로 ‘키오스크 전성시대’다. 디지털기술의 ‘편리성’ 못지않게 그것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디지털 약자’들에게 키오스크가 또 하나의 사회적 장벽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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