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窮)하면 변(變)하라
궁(窮)하면 변(變)하라
  • 김동수 시인/(사)전라정신연구원장
  • 승인 2023.03.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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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시인 / 전라정신연구원장<br>
김동수 시인 / 전라정신연구원장

우리들은 흔히 ‘궁하면 통한다’, 곧 ‘궁즉통(窮則通)’이라는 말을 곧잘 쓴다. 어떤 것이 없으면(窮) 없는 대로 살아 나갈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어학사전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窮則通)’는 말만 믿고 기다리고만 있다가는 상황이 더욱 나빠져 멸할 수(窮則滅)도 있다.

‘궁즉통(窮則通)’, 이는 궁(窮)하면 변(變)해야 통(通)할 수 있고, 그래야 생존과 발전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원문의 앞뒤를 떼어내 버리고 원래의 뜻과는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다. 『주역周易』에 실린 원문을 보면 그 뜻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역(易)이 다하면(窮) 변해야 되고(變), 변하면 통하며(通), 통하면 오래간다’(久)는 말이 그것이다.

바뀜이 다하게 되면 변하고 (易窮則變: 역궁즉변)

변하면 통하며(變則通:변죽통)

통하면 오래간다(通則久:통즉구)

변하고 통하면 궁함 없이 오래 간다(通變則無窮:통변즉무궁)

그러니까 궁즉통(窮則通)이 아니라, 원래 궁즉변(窮則變)이다. 이 말이 후대에 앞뒤를 잘라붙여 멋대로 ‘궁즉통’이란 말로 쓰이면서, 흔히 ‘궁하면 통하게 되어있다’는 무리한 선문답식 논리로 원전을 왜곡하고 있다.

세상의 이치란 가다보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통하게 되고, 통해야만 오래간다. 변하고 소통하면 궁함이 없는 상황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주역의 원뜻이다. 그러기에 ‘궁하면 자기가 스스로 변해야 하고, 그렇게 변(노력)해야 비로소 통하게 되어 마침내 궁함을 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자기가 먼저 변하지 않고 주변 상황이 변하길 기다리다간 상황이 더 나빠져 ‘궁즉멸(窮則滅)’하기 마련이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였다. 스스로의 노력 없이 상황이 바뀌기만 기다리고 있다가는 백년하청 어느 세월에 상황이 나아지겠는가? 필요하면 무언가 얻을 방법을 찾아나서야 한다. 방법을 얻으면 삶에 변화가 와 보다 멋진 삶을 살아갈 수 있으니, 어려움이 올 때마다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보라는 가르침이다.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는 종(種)들은 도태되고 변화를 받아들인 종(種)들은 지구상에 살아남게 되었다. 도태냐?, 진화냐?, 이 갈림길에서 우리는 때때로 끊임없이 변(變)하면서 적응해 가야 한다. 변화가 곧 기회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변화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혁신과 도약의 기회인 셈이다. 그러나 또 하나, 여기서 우리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덕목이 있다. 그것은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지켜가야 할 근본정신이다.

변화가 곧 지속이다(The only constant is change).

그러나, 변화 속에서도?항상 지켜가야 할 ‘불변의 가치’가 있다.

(But even in change, there are constants.) - CNN 창업자 섬너 레드스톤 회장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성급한 마음에 무턱대고 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본성(本性), 곧 자기다움의 초심(初心)을 잃지 말라는 말씀이다. 다시 말해 모습은 변해도 줏대마저 변해서는 안 된다는 ‘변화 속의 항상성’이다.

난초 잎이 흔들리고 대나무가 흔들려도 부러지지 않고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흔들림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뿌리가 그 아래 굳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변하면서도 변치 않은 ‘변화 속의 지속성’으로 자기의 생을 굳건하게 지켜가는 자기다움의 근본정신이 아닌가 한다.

김동수<시인/(사)전라정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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